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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그때, 그날의 여행

출발
가장 좋아하는 하루
쓰는 사람
행복을 찾아서
지도 없이 걸어 보기
색깔을 더하기
단어를 생각하는 재미
담백함의 미학
나는야, 쿠튀르
나의 삶을 설명할 필요 없어요
여행은 내 삶의 경계선을 지키는 일
Daily Scenes
번역 마감에 진심인 편입니다
재택근무의 달인
2년 만에 비행기 모드 버튼을 눌렀다
어느새 추억, 모든 것은 지나간다

에필로그 - How are you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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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비행기 모드 버튼을 눌렀다 : 어느 프리랜서 번역가의 일상 회복 여행 일기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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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2926224 811.6 -22-117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B000053894 811.6 -22-117 부산관 종합자료실(1층) 이용가능

출판사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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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택한 삶이지만
때로는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2년 만에 비행기 모드 버튼을 눌렀다.


“평일에 여행? 역시 프리랜서라서 팔자가 좋다.”
“프리랜서면 자유롭게 살아야 하지 않아? 근데 일도 거절 못 하고 매여 살면 어떡해?”

프리랜서 번역가를 바라보는 시선은 극과 극이다. 프리랜서라서 자유롭고 편하게 일하며 살 거라는 환상부터 프리랜서라서 불안한 삶을 살 거라는 편견까지. 어쩌다 보니 패션 번역을 전문으로 하는 정재이 작가는 “패션 번역이 도대체 뭔가? 그래서 영화나 책은 번역하지 않는다는 건가?”라는 편견 어린 질문에도 시달린다. 어릴 때부터 장래희망이었던 번역가가 되고자 멀쩡하게 잘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새 출발을 했지만 “그래서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라고 대답하지 못한다.

정재이 작가는 번역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고 있는데도 왜 행복한 이유보다 행복하지 않은 이유부터 찾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나간다. 프리랜서라서 때로는 자유롭게, 때로는 더 치열하게 살면서 슬럼프나 번아웃이 오면 여행을 떠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몰려드는 번역 마감과 주변의 편견, 부족한 휴식...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쌓이면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로 한 달 동안 여행을 다녀온 후로, 팬데믹 때문에 한동안 여행을 떠나지 못했던 저자는 해외여행을 떠날 때 기내에서 누르던 비행기 모드 버튼을 까맣게 잊고 지낸다. 그러던 중 2년 만에 비행기 모드 버튼을 누르게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동안에도 SNS로 수많은 사람과 초연결된 현대 사회에서 완전하게 혼자가 될 수 있는 시간을 자신에게 선사한 것이다. 자발적 단절을 선택하고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사람들과 연결될 용기와 힘을 되찾게 된다.

이 책에는 일상을 여행하듯 살고 싶다고 다짐을 했던 저자가 팬데믹 직전에 한 달간 다녀온 샌프란시스코와 LA 여행을 추억하며, 지난 2년 동안 또 한 번 성장통을 겪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가장 큰 삶의 즐거움인 ‘여행’을 잃어버린 프리랜서 번역가의 포스트팬데믹 분투기도 함께 엿볼 수 있다. 저자가 여행 앨범에서 꺼내 놓은 사진들을 보며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사진 속 여행지의 소리와 냄새, 촉감까지 느껴져 지금 당장 비행기 모드 버튼을 누르고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질 것이다.

책속에서

알라딘제공


이전의 삶으로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 매일 아침 지역별 감염자 수를 발표하는 뉴스, 서로를 감시하는 듯한 시선 속에서 무기력한 날들이 지속됐다. 새로운 일상에 적응해 갈 때쯤 친구와 나눈 여름날의 대화가 문득 떠오른 이유는 인스타그램에서 본 해시태그 때문이었다. 자기 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머리맡 조명 하나만 켜둔 채 휴대폰을 쥐고 침대에 누워 엄지손가락으로 재빠르게 사진을 넘기다 지인이 올린 여행 사진을 보게 되었다. 사진 밑에는 별다른 서사 없이 과거, 추억 그리고 회상을 뜻하는 단어 ‘#throwback’이 적혀 있을 뿐이었다. 아, 이 단어가 이토록 아련하고 소중하게 느껴질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늘을 바쁘게 오가던 비행기의 모습은 뜸해졌고 우리는 집앞 카페에 나가는 일조차 신중하게 결정해야 했다. 모든 것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었던 그때,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스로우백throwback’이 지닌 힘에 감탄했다. 즐거웠던 순간을 추억하고 그때를 함께해 준 이들에게 감사하며 다시 한 번 연결되기를 원했다.

- 중략-

여행은 추억이라는 형태로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사진 하나만 가지고도 하고 싶은 말들이 콸콸콸 쏟아져 나온다. 이야기하는 사람의 눈빛을 보면 그는 이미 사진 속 여행지에 가 있다. 사진 속의 소리와 냄새, 촉감까지 모두 전달하고 나서야 현실로 돌아온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야기하는 사람만 기억 속의 여행지에 다녀오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을 같이 데려갔다 온다는 것이다. 여행을 말하는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함께 추억하는 마음. 우리 삶을 촘촘히 채우는 이 마음 때문에 다시 여행을 꿈꾸고, 기록하고, 그리워한다고 믿는다.
- 프롤로그
[P. 25] 번역가가 되고 싶다는 열정만큼이나 다른 이들에게 성공한 내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욕심과 두려움이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번역가다운 일을 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면서 불안은 더 커져만 갔다. 그때의 나는, 목적지의 이름을 되뇌며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을 거라 믿으면서도 ‘실시간 탐색’이라는 명목하에 경로를 수정하겠다고 떠들어대는 지도 앱을 불안하게 들여다보고, 차마 앱을 지울 수는 없어서 휴대폰을 꼭 쥔 채 이곳저곳을 초조하게 두리번거리는 여행자와 같았다. 잘될 거라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수시로 구인구직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할 만한 일이 없는지 검색해 보면서, 설렘과 불안을 동시에 품은 양면적인 일상을 보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