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수사기관의 비밀촬영의 법적 성격과 이에 따른 규율 방법을 고찰함을 목적으로 한다. 대법원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영장 없는 강제처분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며 영장 없는 비밀촬영도 허용하는바, 이에 따르면 판례가 그 기본적인 법적 성격을 임의처분으로 파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반대로 이해한다면 이러한 판례의 태도를 적법하게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밀촬영의 기본적인 법적 성격을 임의처분으로 파악할 경우 다음으로는 관련된 수사의 조건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강제처분인지 다투어지는 만큼 적절한 한계를 그어줄 필요가 생기는데, 형사소송법상 개별적인 규율이 없으므로 판례 법리의 축적을 통해 이를 보충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비밀촬영이 임의처분으로 허용될 수 있는 요건을 제시함으로써 수사의 조건을 설정해왔다. 그 요건 중 범행의 현행성과 증거보전의 필요성·긴급성은 필요성 조건으로 볼 수 있고,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상당한 방법은 상당성 조건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수사의 조건을 벗어나서 이루어지는 비밀촬영은 임의처분성을 잃고 강제처분으로 취급되고 형사소송법상 검증에 관한 규정이 직접 또는 유추 적용됨으로써 영장주의의 적용을 받게 된다.
대상판결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United States v. Katz 판결에서 주창된 ‘사생활의 비밀· 자유 보호의 합리적 기대’라는 기준(이른바 the Reasonable Expectation of Privacy Test)을 채용하여 상당성 조건의 판단 방법을 보다 정치하게 다듬었다. Katz 기준에 따르면 개인이 프라이버시에 대한 합리적 기대를 갖는 영역에서 압수·수색이 이루어질 때 영장을 요하게 되는데, 그러한 영역에 해당하려면 다음의 두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첫째, 개인이 프라이버시에 대한 실제적인 기대를 드러냈어야 한다. 이때 기대는 개인의 주관적인 것을 가리킨다. 둘째, 사회가 그러한 기대를 합리적이라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여기서의 합리성은 객관적일 것이 요구된다. 대법원이 비밀촬영의 상당성을 판단함에 있어 Katz 기준을 채용한 것은 두 가지 의의를 가진다. 첫째, 판례가 비밀촬영의 기본적인 법적 성격을 임의처분으로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방증(傍證)이 된다. 둘째, 비밀촬영 외에 새로운 수사 기법의 강제처분성이 다투어질 때에도 Katz 기준이 유효하게 확장 적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