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치료는 치료적 효능을 가진 DNA 또는 RNA와 같은 핵산을 외부에서 주입하여 난치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적 결함을 분자 수준에서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다. 최근 FDA 승인을 획득한 짧은 간섭 RNA 치료제,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널리 알려진 mRNA 백신, 그리고 CRISPR/Cas9 유전자 편집 기술은 모두 노벨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미래의 거대한 유전자 치료제 시장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유전자 침묵이나 유전자 편집과 같은 유전자 치료 전략을 실행하는 기능적 핵산은 목표 세포에 전달되어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 여러 세포 내 장벽을 통과해야 한다. 세포 내로의 진입을 위해서는 세포막을 통과하고, 세포 내에서는 엔도좀/리소좀에서 세포기질로 방출되어야 하며, DNA의 경우 RNA와는 다르게 핵내로까지 전달되어야 한다. 그러나 핵산은 대형 분자로, 뉴클레오티드의 인산 골격과 인산다이에스터 결합 사이의 인산기로 인해 강한 음전하를 가진다. 이러한 특성은 핵산이 친수성을 갖게 하며 인지질 이중층 구조를 가진 세포막과의 상호작용을 방해한다. 또한 RNA의 경우 세포 내에서 분해에 취약하므로 안정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기능적 핵산의 효율적이며 안전한 세포 내 전달을 지원하는 기술 개발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유전자 전달 시스템의 구성 요소를 고려하여, 비바이러스성 벡터로 분류되는 펩타이드의 융합 전략과 자기조립 복합체를 이용한 제형 전략을 활용하여 유전자 침묵 및 유전자 편집을 위한 두 가지의 새로운 시스템을 중점적으로 연구하였다.
첫 번째 연구에서는 RNA 간섭 메커니즘을 활용하여 유전자 침묵을 유도하는 짧은 RNA (siRNA, shRNA)의 효율적이고 안전한 세포 내 전달을 목표로, 고유한 메커니즘을 통해 세포막을 효과적으로 투과할 수 있는 두 종류의 세포 투과성 펩타이드를 융합한 혁신적인 융합 펩타이드를 개발하였다. 기존 연구에서 단일 SPACE (skin permeating and cell entering) 펩타이드는 짧은 간섭 RNA와의 공유 결합을 중심으로 활용되었으며, 단독으로 사용된 양이온성 펩타이드는 핵산과의 복합체 형성 및 전달 효율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SPACE 펩타이드와 양이온성 올리고아르기닌 서열을 융합한 새로운 융합 펩타이드를 설계하여, 짧은 RNA와의 전기적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한 자기조립 복합체를 생성하였다.
실험 결과, 짧은 RNA/융합 펩타이드 복합체는 전기적 상호작용 및 소수성 상호작용, 수소 결합 등의 비공유 결합을 활용하여 기존의 단독 양이온성 펩타이드보다 향상된 복합체 형성 효율을 보였다. 복합체는 혈청 환경에서 짧은 RNA의 안정성을 증가시키고 HeLa, HDFn, 그리고 RAW 264.7 등의 다양한 세포주에서 단독 펩타이드 복합체나 상용 리포좀보다 짧은 RNA의 전달 효율을 향상시켰다. HeLa와 RAW 264.7 세포에서 복합체는 표적 유전자의 mRNA 발현을 각각 61.3%와 66.2% 감소시켜, 리포펙타민과 유사한 효과를 나타냈다. 세포 내에서의 복합체 이입 메커니즘은 지질 중재 세포 내 흡수로 확인되었고, in vivo 실험에서는 국소적으로 주입된 복합체의 향상된 안정성 및 표적 유전자의 발현 저하를 확인하였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CRISPR/Cas9 유전자 가위의 효율적인 발현을 통한 유전자 편집을 가능하게 하는 대형 플라스미드 DNA의 전달을 목표로, 핵 위치 신호 (peptide nuclear localization signal; NLS)와 세포 투과성 펩타이드를 융합한 융합 펩타이드와 리포플렉스를 조합한 복합체를 개발하였다. 상용 리포좀은 대형 플라스미드의 패키징에 한계를 보이며, DNA의 강한 음전하를 충분히 중화하지 못해 복합체의 안정성과 핵 내 투과 효율이 저하되었다. 또한 대형 플라스미드 전달에 주로 사용되는 전기천공법은 세포 손상을 유발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체 전략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SV40 NLS와 양이온성 올리고아르기닌 서열을 융합하여 리포플렉스에 조합한 펩타이드 보조 리포플렉스 (Peptide-assisted lipoplex; PAL)를 개발하였다. PAL은 플라스미드의 음전하 중화 능력을 향상시켰으며, 복합체 형성과 안정성 또한 강화하였다. 전기천공법에 비해 PAL은 9,283 bp 및 29,350 bp의 대형 플라스미드의 세포 전달 효율을 각각 2배 및 1.6배 증가시켰으며, 세포 생존율과 활성도를 29배 향상시켰다. 다양한 세포주에서 PAL은 기존 리포플렉스 대비 2배에서 4.4배 향상된 대형 플라스미드 전달 효율을 나타내었다. In vivo 마우스 모델에서는 3일 동안 대형 플라스미드 발현 세포를 유지시켰다. 특히, 과발현되는 암 관련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CRISPR RNA가 삽입된 Cas9 플라스미드를 포함한 PAL의 전달은 최대 44.1%의 표적 유전자 변이 효율을 보였으며, 화학요법과 결합한 효과로 in vivo 마우스 종양 모델에서 종양 성장을 억제하였다. 실험 결과를 통해, 본 연구의 융합 펩타이드 기반 자기조립 복합체는 유전자 치료용 핵산 전달 시스템으로서 효율성과 안전성을 겸비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였다.
종합적으로 본 연구를 통해 제시된 (1) 짧은 RNA/융합 펩타이드 나노복합체 기반 유전자 침묵 시스템 및 (2) 융합 펩타이드 보조 지질복합체를 활용한 대형 플라스미드 전달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개발되었다. 이 두 시스템은 고효율과 안전성을 결합하여 짧은 RNA 및 대형 플라스미드의 전달을 통해 각각 유전자 침묵과 유전자 편집에 탁월한 성능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첨단 유전자 전달 플랫폼으로의 응용 가능성을 크게 높여주어 미래에 다양한 유전적 질환 치료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