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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05.09-24-1

- 서명: 평등의 짧은 역사

- 편/저자: 토마 피케티

- 발행처: 그러나()

서평
 평등을 위한 경제적 상상력: 피케티의 새로운 제안
서평자
 홍기훈,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발행사항
 713 ( 2025-01-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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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평등을 향한 여정 : 첫째 지표들
제2장 서서히 일어난, 권력과 소유의 탈집중화
제3장 노예제와 식민주의의 유산
제4장 배상의 문제
제5장 혁명, 지위, 계급
제6장 ‘대규모 재분배’(1914~1980년)
제7장 민주주의, 사회주의, 누진세
제8장 차별에 반대하는 실질적 평등
제9장 신식민주의의 극복
제10장 민주적·환경적·다문화적 사회주의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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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국가 건설이 단순히 조세 재정 능력이나 군사 능력의 발전으로만 되는 게 아니라, 세계에 대한 비전, 이데올로기, 정체성, 언어, 그리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연결하는 ‘상상의 공동체들’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이 수많은 사람들은 단 한 번 만난 적도, 앞으로 만날 일도 절대 없지만, 싫든 좋든 국가 권력이 요구하는 규칙들을 따르기로 한 사람들이다.” - 98~99쪽 토마 피케티의 『평등의 짧은 역사』는 그의 방대한 저작들을 간결하게 요약하면서, 사회적·경제적 평등을 향한 역사적 흐름을 파악하려는 저서이다. 피케티는 기존의 1,000페이지에 달하는 저서들이 어렵게 느껴졌던 독자들을 위해 이 책을 내놓았다. 사회와 경제의 구조적 불평등을 지적하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논의하는 이 책은 18세기 이후 평등을 향한 지속적인 여정의 궤적을 조망하며, 지금까지의 성과와 앞으로의 방향을 함께 제시한다. 피케티는 평등의 확장이 단순히 경제적 성장이 아닌 사회의 장기적 발전에 필수적이라는 관점을 피력한다. 그는 특히 교육과 의료 접근성의 확대, 노예제 폐지, 식민지 해체, 선거권의 확장과 중산층 형성 등 인간의 기본 권리와 복지 확립을 통해 평등이 얼마나 진전되어 왔는지 설명한다. 또한, 이러한 진전이 단순한 진보적 운동이나 혁명의 결과가 아니라, 사회적 갈등과 제도적 변화, 그리고 정책적 개입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을 강조한다. 피케티는 1914년부터 1980년까지를 ‘대규모 재분배’의 시기로 정의하며, 이 시기에 일어난 변화가 중산층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음을 주장한다. 그러나 그는 이 과정에서 하층 계급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여전히 평등을 위한 과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피케티의 핵심 제안은 누진세와 상속세의 강화를 통해 자산의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적 계약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는 역사적 사례를 통해 누진세와 상속세가 소득과 자산의 집중을 완화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작용해 왔음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상위 계층이 부를 세습적으로 독점하는 구조를 깨고, 새로운 세대가 경제적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고자 한다. 그는 특히 ‘보편적 상속’ 개념을 제시하며, 25세가 되는 모든 청년에게 일정한 자산을 배분하는 방안을 통해 기회의 평등을 실현하자고 주장한다. 이는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면서도, 현재의 자산 계층이 세습을 통해 점점 더 공고해지는 것을 방지하는 일종의 제도적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재무학적 관점에서 보아도 피케티의 이러한 주장은 자본 수익률(r)이 경제 성장률(g)보다 높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자산 집중 현상을 조정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정책적 개입으로 평가될 수 있다. 흥미롭게도, 피케티는 불평등을 단순히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의 결과로 보지 않는다. 그는 불평등을 사회적 구조와 역사적 환경 속에서 발생하는 집단적 산물로 이해하며, 소유는 사회적 관계의 맥락에서 해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무학적 분석에서도 이러한 관점은 자산의 분포와 사회적 구조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피케티는 경제 성장과 평등의 관계에 구조적으로 접근하면서, 복지국가와 누진적 분배 정책이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사회적 연대감을 증대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는 현재의 경제적 환경에서 더욱 주목할 만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다만, 피케티의 주장은 이상적이거나 현실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는 20세기 중반의 대규모 재분배처럼 강력한 정책적 개입이 평등을 확대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신자유주의적 경제 체제의 현실 속에서 이러한 개입이 얼마나 실현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또한, 피케티가 제안하는 ‘참여적 사회주의’와 ‘권력의 분산’이 현대 경제의 역동성을 유지하며 실현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경제적 평등이 사회적 공정성을 보장하면서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혁신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 있다. 『평등의 짧은 역사』는 정책적 관점만이 아닌 학문적 관점에서도 많은 통찰을 제공한다. 피케티는 불평등의 기원과 그 해소 방안을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제시하며, 경제와 사회가 좀 더 평등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한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자산의 집중과 사회적 불평등 문제에 대해, 어떤 제도와 정책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하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