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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62.29092-24-1

- 서명: 중독의 역사 : 우리는 왜 빠져들고, 어떻게 회복해 왔을까

- 편/저자: 칼 에릭 피셔

- 발행처: 열린책들()

서평
 ‘중독의 역사’를 관통하는 3S: 스펙트럼(Spectrum), 시스템(System), 선택(Selection)
서평자
 김나미,삼육대학교 대학원 중독과학과 교수
발행사항
 691 ( 2024-08-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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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이름을 찾는 과정
1. 토대: 〈중독〉이전
2. 유행병
3. 의지의 질병
제2부 무절제의 시대
4. 씌움
5. 미국의 첫 번째 아편 유행
6. 마약 상습자
제3부 현대 중독의 뿌리
7. 현대 금주 운동
8. 좋은 약물과 나쁜 약물
제4부 법정으로 간 중독
9. 재활
10. 무관용
11. 중독의 이해
맺음말: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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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독 의학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 그러나 심히 혼란스러웠던 재활 기간을 벗어났을 때에도 이전의 질문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 여기에 왔나? 나의 문제는 정확히 무엇이었나? 환자들이 종종 묻는 것처럼 질문을 바꿔 보자. 내게 무슨 일이 있었나? 나는 왜 이렇게 되었나? 어떻게 해야 나아질까?” - 17쪽 중독 전문 의사이자 생명 윤리학자이며 심각한 중독을 경험한 ‘상처 입은 치유자’ 칼 에릭 피셔는 “내게 무슨 일이 있었나? 나는 왜 이렇게 되었나? 어떻게 해야 나아질까?”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서두를 열었다. 그리고 종교, 철학, 과학, 의학, 심리, 문학, 예술, 정치를 넘나들며 다각적으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려 했다. 더 나아가 알코올과 약물 사용을 멈추지 못한 채 정신과 의사 수련을 받으며 고군분투하는 자신의 삶을 대비시키며 10년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지난 500년간 우리는 통제되지 않는 물질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처벌과 강제적 억제가 필요하다는 금지론적 접근법, 강박과 충동에 의한 것이므로 의학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치료적 접근법, 두뇌의 기능 이상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생물학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환원론적 접근법, 연대를 통한 정신력 고양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서로 돕기 접근법들이다. 이 접근법들은 반복적으로 등장했지만 장기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그동안 우리가 해 온 실수는 약을 단순히 끊어야 할 것과 권장해야 할 것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와 이를 근절하기 위해 인종적, 사회적 차별과 강압적 규제, 그리고 탐욕의 태도를 지향했기 때문이다. 역사적 시행착오를 통해 인류가 도달한 지점은 해악 축소(Harm Reduction)적인 접근이다. 전 세계가 하나 되어 약물 사용이나 약물 범죄를 늘리지 않도록 돕고, 근거 기반의 치료를 연구하고, 전문가를 양성하며, 오랜 시간이 걸리는 회복을 위해 삶의 개선을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중독이라는 존재는 겁주는 것이 통하지 않는 대상이다. 그렇기에 중독과 싸우고자 하는 투병(鬪病)적인 태도가 아니라 가까이서 들여다보며 이해해 주고 끈기 있게 달래는 친병(親病)의 대상으로 중독을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협력적인 태도를 위해 저자는 세 단어 ‘스펙트럼, 시스템, 선택’을 강조한다. 첫째, 중독은 ‘스펙트럼’으로 보아야 한다. 중독에서 중요한 것은 물질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다양한 행동중독(도박, 성, 쇼핑, 게임 등)들이 그 증거다. 삶의 본질인 아픔과 고통을 다룰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이 약해지면 우리는 대상이 무엇이든 문제를 회피해 몰두하게 된다. 저자가 발견한 중독은 “삶의 즐거움과 고통을 느끼며 살아가는 방법이고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인간 운명의 한 가지 표현”이다. 따라서 고통을 피하려는 우리의 욕구를 인정하고 약물 없는 세상이라는 이상을 놓아주어야 한다. 대신 중독이 삶의 현실이며 조만간 우리에게서 떠날 가능성은 없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정책과 치료를 추구하는 스펙트럼적 사고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둘째, 중독은 개인, 관계, 환경의 상호작용이라는 ‘시스템’적인 사고로 접근해야 한다. 칼 에릭 피셔는 자신이 회복할 수 있도록 도운 다각적인 요소들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의사들을 위한 맞춤형 치료 프로그램, 그를 지지하고 도와준 동료 의사들, 고뇌의 근원이었던 가족관계에 대한 통찰을 선물한 심리치료, 명상을 통한 영적 접근법을 다각적으로 사용하며 일상의 평범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회복’의 힘을 ‘선택’했다. 의지가 미약해 생긴 결과물로 중독을 바라보는 것이 사회 통념이지만 저자는 다른 방식으로 중독을 해석했다. “‘addict’의 어원인 고전 라틴어 ‘아디케레(addicere)’는 ‘누구에게 양도된’이라는 뜻이다. 그것은 자신의 행위능력을 버리는 능동적인 과정, 즉 선택을 포기하는 선택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addiction(중독)’은 의지를 무너뜨리는 힘이 아니다. 누가 선택한 것”이다. 즉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것이다. 내 안에 있는 선택의 힘을 인식하는 것, 더 나은 것을 선택할 기회가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독을 다루는 가장 건강한 목표는 전쟁의 승리나 치료가 아니라 해악을 줄일 수 있고 고통을 지닌 채, 그 너머의 희망을 선택하는 회복적 사고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