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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641.336-24-1

- 서명: 설탕 : 2500년 동안 설탕은 어떻게 우리의 정치, 건강, 환경을 변화시켰는가

- 편/저자: 윌버 보스마

- 발행처: 책과함께()

서평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인류사를 바꾼 설탕 자본주의의 욕망
서평자
 강진아,한양대학교 사학과 교수
발행사항
 689 ( 2024-07-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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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시아의 설탕 세계
2. 서양으로 간 설탕
3. 전쟁과 노예제
4. 과학과 증기 기관
5. 국가와 산업
6. 노예제가 지속되다
7. 위기, 그리고 기적의 사탕수수
8. 세계적 설탕, 국가적 정체성
9. 미국의 설탕 왕국
10. 보호무역주의가 등장하다
11. 프롤레타리아트
12. 실패한 탈식민화
13. 주식회사 설탕
14. 천연 식품보다 더 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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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은 언제나 사치품이었고, 영양학적 관점에서 보면 불필요한 중독성 식품이었다.” - 483쪽 “설탕 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고 보건 비용과 환경 비용을 사회에 떠넘긴다. 설탕 대기업들의 막강한 권력 때문에 소비자는 보호 관세와 과잉 소비, 놀라서 쓰러질 정도의 건강 보험 비용, 파괴된 환경의 복구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 494쪽 번역자는 이 책을 ‘진정한 의미의 세계사’라고 총평했다. 정확한 평가다. 사실 설탕에 관한 저작은 적지 않다. 왜냐하면 인류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과정인 세계 자본주의의 형성과 패권의 교체에서 설탕은 언제나 주연이었기 때문이다. 노예무역의 전개와 신대륙이 세계 자본주의의 변경/주변부로 개조되는 과정에서 설탕은 핵심적 역할을 했다. 식민지 설탕의 생산과 교역을 장악한 설탕 자본가들은 늘 본국 자본가의 상층을 구성했고, 국가 경제와 입법을 좌우했다. 각국은 이들을 위해 식민지 쟁탈 전쟁을 하고 관세법을 고쳤으며 지구상의 지도를 새로 그렸다. 심지어 설탕은 아메리카대륙과 오세아니아대륙의 인종 구성까지 단기간에 바꾸었다. 아메리카대륙으로 보내진 2천만 명 이상의 아프리카인 중 1/3이 설탕 플랜테이션 노예로 투입되었다. 노예제 금지 이후 아시아인들이 노예적 계약 노동자로 태평양을 건넜다. 그 반작용은 아메리카대륙과 오세아니아대륙의 인종주의에 기초한 이민 규제와 반인종적 입법으로 나타났는데, 이주 사회를 ‘하얗게’ 유지하기 위한 노력으로 1845년에서 1920년대까지 유럽인의 1/3이 두 대륙으로 이주하였다. 이처럼 흥미로운 과정은 이미 설탕에 관한 수많은 저서에서도 어느 정도 다루고 있지만, 네덜란드 학자 윌버 보스마의 책은 ‘진정한 의미의 세계사’라는 왕관을 쓸 자격이 충분하다. 우선, 지금까지의 연구가 16세기 이후에 집중되었다면, 고대문명부터 근세까지 앞선 시대의 설탕 생산을 다룬 분량이 꽤 많다. 둘째, 아시아의 설탕 생산에 관한 고찰이 영어권 저서에서는 드문 것과 달리 풍부하다. 저자가 쿠바에 이어 세계 2위의 원당 생산지였던 자바(오늘날 인도네시아)를 식민 지배했던 네덜란드의 학자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셋째로 과학기술사적 분석이 매우 정교하다. 각지 설탕 생산 기술의 세계사적 진화를 생생한 묘사와 직관적 서술로 그려내 과학사 연구로서도 손색이 없다. 넷째로 자본, 권력, 학문 간의 유착관계에 대해 끈질기게 추적했다. 설탕 자본가들이 대학과 학계에서 동조자를 끌어들여 ‘과학’의 이름으로 여론을 만들고, 정치적 로비로 우호적 법률을 통과시키는 과정이 낱낱이 드러난다. 다섯째로, 본국과 식민지의 고전적 구분을 뛰어넘어, 세계 곳곳에서 성장한 설탕 자본가를 디아스포라 집단으로서 포착한다. 유력 설탕 ‘가문’들은 유대인 디아스포라와 신대륙에 이주하여 현지화해 나간 유럽인 디아스포라 속에서 성장했으며,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보스마는 ‘설탕에 대한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설탕을 둘러싼 역사, 기술, 지정학, 학문, 인간 군상을 책 속에 다 담았다. 하지만 설탕은 매개일 뿐, 인류사를 추동하는 모든 욕망과 요소가 저자의 분석 대상이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아시아, 특히 구미 식민지가 아니었던 중국과 일본에 관한 서술에는 부정확한 부분이나 오류가 꽤 있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 중국 동해안에 근대식 제당 공장을 세웠다고 하는 영국계 회사들은 둘 다 홍콩 회사들이며, 회사 이름도 부정확하고, 원당 수급에 관한 분석도 사실과 다르다. 한때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원당 식민지였던 타이완이나 일본 제당업에 관한 기술에도 자잘한 오류가 있다. 이런 단점에도 이 책은 연구자뿐만 아니라, 투표권을 행사하는 모든 사람이 읽어볼 만한 책이다. 왜냐하면 단지 설탕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서 경제적 이익집단이 어떻게 사회의 ‘상식’과 입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가에 대한 통찰이기 때문이다. 긴 세계사적 여행 끝에 도달한 마지막 장에는 저자가 진정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다. 저자는 만병의 근원인 설탕 산업이 대체재인 인공감미료를 ‘유해 첨가물’로 공격하고 설탕은 ‘천연’감미료로 이미지 세탁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을 저격한다. 사카린을 비롯한 인공감미료가 개발될 때마다 ‘코끼리에게나 적합한 양을 쥐에게 투여한’ 부당한 실험을 자본과 유착한 학계에 수탁하여, 답이 정해진 실험 결과로 언론과 정부, 입법기관을 움직였다. 민주적 정부 대부분이 설탕을 규제하라는 세계보건기구의 지침을 실행하는데 꾸물거리는 진짜 이유이다. 책은 자본가의 이익을 우선하는 입법부의 혁신이 절실하다는 호소로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