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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707.1-23-3

- 서명: 창조적 시선 : 인류 최초의 창조 학교 바우하우스 이야기

- 편/저자: 김정운

- 발행처: arte(북이십일 아르테)()

서평
 시공간을 넘나드는 창조성의 구성사
서평자
 신희경,세명대학교 시각영상디자인학과 교수
발행사항
 663 ( 2024-0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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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왜 바우하우스인가?
Part 1. 걸으며 공부하기
Part 2. 전쟁의 시대, 그 무렵 우리는
Part 3. 메타언어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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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상에 관해 알고 싶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그 대상, 그 언어가 도대체 언제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는가를 살펴보는 일이다.” - 46쪽, Unit 2 “개념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누군가 어느 시절에 만들어낸다. 그 개념이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졌는가를 찾는 일은 지식 구성사 혹은 지식 편집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 223쪽, Unit 23 “미국이 여전히 강한 이유는 바로 이 편집의 재료가 아주 다양하기 때문이다. ‘잡종성’을 포기하는 순간, 미국의 리더십은 끝난다. 그래서 미국 주류의 ‘백인 중심주의’가 한심한 것이다. 아무리 용을 써도 오늘날 중국이 미국을 앞설 수 없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 904〜905쪽, Unit 119 몇 년 전 김정운 작가가 쓴 『에디톨로지』를 기억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에디톨로지』는 여러 곳에서 소개가 되고 참신한 시각으로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았다. 그 김정운 작가가 바우하우스를 소재로 창조성에 관한 이야기를, 그것도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블록(block) 수준의 책으로 펴냈다. 우리나라에 독일 바우하우스가 소개되는 과정이 대부분 일본을 통해서였으니 독일과 일본서 공부한 저자가 그 내용과 과정을 유려하게 다룰 수 있음은 일면 자연스럽다. 전작 『에디톨로지』 맥락을 연장해 나가는 느낌이 들며, 한마디로 말해 ‘창조성의 구성사(history of creativity construction)’에 대한 저자 나름의 독특한 편집관과 함께 흥미진진한 통찰을 담은 책이다. 1,000페이지에 이르는 책의 두께에 놀라는 건 잠시고, 일단 펼쳐 드니 일사천리로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신나게 읽으려면 유럽 근대사, 문화사, 약간의 과학기술사와 건축사, 미술사, 디자인, 공예사에 관한 기본 지식을 미리 갖추고 있어야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소니와 애플과 삼성과 잡스, 막스 빌, 디터 람스, 구겔로, 에슐링어, 아이브로 튀었다가 다시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베를린, 비엔나에 도착한다. 다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논리실증주의의 빈학파(Wiener Kreis)에서, 베를린 표현주의인 다리파, 이를 찾아온 모호이너지, 칸딘스키 같은 동유럽과 러시아의 예술가들 이야기가 이어지고, 프로이센 군대, 일본군, 한국군 이야기로 넘어갔다가 헬무드 그라프 폰 몰트케(1800〜1891)의 작전 참모 제도, 일본군대본영(일본제국 합동참모본부), 프‧영‧러 삼국협상(1907년), 야니차렌, 이왕직양악대인 군악대, 브라스밴드, 해양 세력, 대륙 세력 같은 거대 정치 담론이 언급되고, 클레, 세잔과 인상파, 피카소와 입체파, 액션 페인팅, (다시 중세와 르네상스로 돌아와서) 보티첼리, 뒤러의 원근법, 독일 사민당과 국가사회주의 노동당(나치), 클라우스 슈밥의 4차산업 혁명론, 인포그래픽 등으로 이어져, 종횡무진 누비는 그의 생각을 따라가기가 즐거우면서도 어지럽고 산만하기도 하다. 이처럼 동서고금의 문물과 사유를 날실과 씨실로 엮어내며 시간과 공간을 종횡무진하는 사유가 바로 이 책의 주제인 창조성의 본질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책이 보여주는 저자의 이러한 ‘과잉 생각 분출’은 일종의 창조성 분출(creativity eruption)로 봐도 될 것이다. 이 책의 다른 미덕 중 하나는 그간 교과서형 바우하우스 책들과 다른 시점이다. 대부분의 책에서 생략한 여러 중요 인물들인 아돌프 마이어, 브루노 타우트, 코코슈카, 에셔, 슈투름 극장 책임자 로타르 슈레이어, ‘한 성깔’ 뒤스부르흐 등의 이야기가 함께 하고 있다. 반면 바우하우스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다루어지는 그로피우스에게는 다른 시선이 부여되었다. 즉 구스타프 말러에 대한 서술에 이어서 말러의 아내와 그로피우스의 연애사, 그로피우스의 한심했던 글쓰기 능력 이야기로 이어진다. 분명한 것은 다른 바우하우스 책에 비해 그로피우스가 한참 못 미치는 인물로 서술된다는 점으로, 우리가 신격화의 가속에 빠졌었나 하는 반성도 들었다. 오늘날 디자인의 개념은 조형 및 표현에서 확대, 진화하여 이미지, 상징, 도구를 사용하여 인공적 환경을 형성하여 생활 세계를 개선하는 인간의 행위로 정의되고 있다. 이 책은 생의 모든 분야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오늘날의 정의를 증명하듯이, 동서고금을 종횡무진 전개하다가 마지막 유닛 126에서 [데사우 바우하우스 전시]로 돌아와, 디자인 서사로 수렴되었다. 흥미롭고 풍부한 주제와 내용의 재미있는 책이다. 그래서 이 서평도 다양하게 존재하는 재밌고 편집증적인 것 중 하나이길 바란다. 1,000페이지에 겁먹지 말고, 지식의 가지를 넓히는 기회이자, 자기 지식의 편중을 검증하는 기회로 일독하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