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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570.14-23-1

- 서명: 자연에 이름 붙이기 :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기 시작할 때

- 편/저자: 캐럴 계숙 윤

- 발행처: 윌북(2023-10)

서평
 물고기는 존재한다
서평자
 이정모,펭귄 각종과학관장(전 국립과천과학관장)
발행사항
 658 ( 2023-1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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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 기이한 사정
1부 자연의 질서를 찾아 헤매기 시작하다
1장 작은 신탁 신관
2장 따개비 안에 담긴 기적
3장 맨 밑바닥의 모습
2부 밝혀진 비전
4장 바벨탑에서 발견한 놀라움
5장 아기와 뇌손상 환자의 움벨트
6장 워그의 유산
3부 어떤 과학의 탄생
7장 숫자로 하는 분류학
8장 화학을 통한 더 나은 분류학
9장 물고기의 죽음
4부 되찾은 비전
10장 이렇게 이상한 정류장
11장 과학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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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벨트라는 경이로움을 되찾는 것은 우리가 가늠할 수 있는 정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죽어가고 있는 생명의 세계와 우리 사이의 점점 더 심해지는 단절에서 우리를 구해줄 마지막 최선의 희망이다.” - 172쪽 “인간이 사라진 지구를 꿈꿔요”라고 말하는 사람을 가끔 만난다. 인간이 지구를 망치고 있다는 미안한 마음에서 나온 소리일 것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속삭인다. “선생님부터 사라지세요.” 인간이 없는데 우주와 지구 그리고 자연이 도대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인류는 먹이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최고 포식자이면서 생물량도 가장 많다. 지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생명체다. 게다가 생태계에 엄청난 공헌을 했는데 그것은 바로 돌멩이와 구름, 동물과 식물 같은 온갖 자연에 이름을 붙여주었다는 것이다. 우리 인류가 없었다면 자연은 그 어떤 이름도 가져보지 못했다. 인류는 지각되는 모든 것에게 이름을 붙인다. 보이는 게 많을수록 이름 지을 일도 많다. 한국계 미국인 진화생물학자 캐럴 계숙 윤도 마찬가지였다. 과학자 부모와 함께 살면서 실험용 생쥐와 함께 놀고 동네 숲을 마음껏 뛰어다녔다. 그녀는 그 시절을 ‘과학의 젖’을 먹던 때로 기억한다. 2009년에 나온 『Naming nature』에는 과학적인 사실이 많이 등장하지만 딱히 과학책이라기보다는 분류학의 역사에 관한 책이다. 분류학은 물고기, 영장류, 곤충, 새 등 온갖 생명을 묶고 나누고 이름을 붙이는 학문이다. 내가 대학에서 배운 분류학은 매우 지루한 과목이었다. 그런데 저자는 과학이라는 핵심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흥미진진하게 분류학의 발전과 변천 과정을 풀어낸다. 문제를 풀어보자. “다음 중 벼의 학명으로 올바른 것을 고르시오” ① Panthera Tigris Linnaeus ② mola mola linnaeus ③ Oryza sativa Linnaeus ④ Passer montanus linnaeus 1970년대 흔했던 유형의 중학교 생물 시험 문제다. 수업 시간에 동식물의 학명을 따로 배운 적은 없지만 수업 시간에 집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답 ③을 고를 수 있었다. 왜냐하면 세 개의 단어의 첫 번째 철자가 대문자-소문자-대문자 순서로 되어 있는 것은 ③번뿐이기 때문이다. 속명-종명-명명자 순서다. 이렇게 학명을 쓰는 규칙을 이명법이라고 한다. 각 문항의 철자를 대-소-대로만 바꾸면 ①은 호랑이, ②는 개복치 ④는 참새의 학명이 된다. 각 학명의 끝에 나오는 Linnaeus는 이 체계를 만든 사람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칼 폰 린네라고 배운 카롤루스 린나이우스다. 그는 분류학의 아버지다. 그로부터 분류학이 하나의 학문이 되었다. 마침 그의 시대에 유럽인의 세계가 커졌다. 지중해 연안에 불과했던 그들의 세계가 전 지구가 되면서 낯선 생물들과 마주쳐야 했다. 자연은 혼돈 그 자체였다. 질서가 필요했다.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이름을 붙여야 했다. 다행히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명에 관한 감각이 살아 있었다. 저자는 인간이 감각을 통해 지각하는 세계를 ‘움벨트’(Umwelt, 둘러싼 세계, 환경이라는 뜻의 독일어)로 지칭하면서 이 움벨트가 분류학 창시의 원동력이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지식의 지도는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찰스 다윈이 등장했다. ‘진화’라는 개념이 체계화되었다. 이명법은 한계가 뚜렷했다. 과학자들은 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수리분류학, 분자분류학이 등장했고 마침내 분기학으로 이어졌다. 현대 과학자들은 분기학을 선호하지만 일반인이 납득하지 못할 때가 많다. “다음 중 허파로 호흡하는 물고기 폐어와 가장 가까운 동물을 고르시오.” ① 연어 ② 개구리 ③ 광어 ④ 소 분기학에 따르면 답은 ④번 소다. 뭐라고? 폐어는 허파로 호흡하고 오랜 시간 동안 물 밖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분기학자들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움벨트를 작동해 자연을 보는 우리는 “물고기는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저자는 우리의 감각으로 움벨트를 느껴보라고 한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는 인지과학, 단어의 기원, 자연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특히 매력적인 책이다. 번역가 정지인의 ‘옮긴이의 글’도 놓치지 마시라.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먼저 읽고 이 책을 본다면 더 재밌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