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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31.542-23-4

- 서명: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 배달 사고로 읽는 한국형 플랫폼노동

- 편/저자: 박정훈

- 발행처: 한겨레출판(2023-03)

서평
 노동과정의 외주화, 배달 노동자 보호와 지원의 필요성
서평자
 강영선,성공회대학교 사회융합자율학부 대우교수
발행사항
 648 ( 2023-1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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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산재 1위 기업, 도로 위 배달공장에 로그인하기
1장 초보, 사고의 흔적을 몸에 새기다
2장 도로 위의 생존 게임-전투 콜
3장 AI 사장님이 라이더를 관리하는 방법
4장 갑질 사건이 아니라 산재입니다
5장 배달공장의 혁신을 위한 5가지 제안
에필로그: 죽음을 생산하는 공장을 멈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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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회사는 공장을 짓고 관리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도로를 깔고 정비하는 것은 국가가, 사고 예방을 위한 단속은 경찰이 한다. 배달 쓰레기는 공공의 세금과 시민들이 감당하고, 교통사고 처리는 배달노동자 스스로 해결한다.” - 43쪽 플랫폼 자본주의는 건전한 고용에서 배제된 이들에게 초단기 작업을 맡기고 거기서 이득을 취한다. 분 단위로 새로운 일감을 찾아야 하는 이들 경제적 잉여인구들에게 생존은 늘 불확실하다. 이와 같은 미세노동(microwork)은 노동자의 권리나 직업의 안정성을 보장하지 않고 보수 또한 푼돈에 지나지 않으므로 미세노동자들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일감을 찾아야 한다. 7년 차 배달 라이더이면서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라이더 유니온’의 초대 위원장인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AI와 플랫폼 경제의 접점에 있는 배달 라이더들의 생생한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1장은 초보 노동자가 사고를 당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배달 노동자들의 독특한 작업환경에 대해 다루고 있다. 2장은 동네 배달대행사의 행태와 법과 제도로 규제되지 않는 배달 산업의 구조를 들여다보고 전투 콜이 노동자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고 있다. 3장은 배달 앱들이 초보 라이더를 원하는 이유와 알고리즘이 어떻게 빠른 배달을 지시하고 노동자들을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게 하는지를 다루었다. 4장에서는 배달 노동자들이 노동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차별과 혐오 앞에서 겪게 되는 심적 고통을 이야기한다. 5장은 숙련노동의 중요성, 배달 산업의 정비, 이륜차 정비, 안전한 임금체계와 산업안전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한국의 플랫폼 배달 산업은 손님-음식점-라이더 3자를 연결하는 다른 나라의 플랫폼과 달리 주문을 중개하고 배달을 대행하는 2개의 플랫폼이 손님-음식점-동네 배달대행사-라이더 4자를 중개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은 배달 경험이 없어도 누구든지 손쉽게 앱에서 등록하고 바로 배달을 시작할 수 있으며 아르바이트처럼 일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이는 도로에 무보험 오토바이와 차량을 수만 대 풀어놓는 것과 다름없다(104쪽). 이처럼 무수한 배달 노동자를 플랫폼에 등록시켜 데이터로 치환시키고 알고리즘을 도입함으로써 플랫폼 기업은 전통적 사업자의 책임에서 벗어나고 노동과정의 외주화를 통해 전통적 기업이 가졌던 의무를 개인에게 전가한다. 공적 공간인 도로는 배달기업의 공장이 되고 도로는 배달 노동자들이 생산활동을 하는 일터가 되었다. 배달 노동자의 사고는 교통사고이면서 한편으로는 산재사고다(42쪽). 하지만 이 사고의 처리와 비용은 고스란히 배달 라이더의 몫이 된다. 이 책에서 우리는 일반 시민에게는 도로 위의 무법자로만 보이는 배달 라이더가 처한 열악한 작업조건을 실제의 사례를 통해 접하면서 첨단 기술과 플랫폼이 노동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직시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2021년 2월 서울 동작구에서 한 손님이 배달 노동자에게 폭언한 사건을 예로 들면서 배달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차별과 혐오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언론이 주목할 때는 잠시 사회적 이슈가 되지만 곧 모두에게 잊히고 마는, 노동자들이 작업환경에서 입는 마음의 상처를 예방하고 그들을 지원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지적한다. 2021년 개정된 산업안전법 제41조는 일하다가 입는 마음의 상처를 개인의 정신력 문제가 아니라 노동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업안전의 문제로 규정하고 있다. 저자는 감정적 손상으로부터 배달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지원하는 방법 또한 강구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2020)에서 플랫폼 기업의 배달 산업 공정과 배달 노동자들이 처한 아르바이트보다 못한 노동조건의 실상을 짚었다면, 이 책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배달 노동자들의 산재사고 원인을 위험한 작업장, 위험한 작업 도구, 과속을 유도하는 임금체계, 미숙련 노동과 불충분한 법체계로 구분하면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책이 배달 노동자에게는 자신이 일하는 배달 산업의 구조를 이해하고 현실의 부조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배달 노동자들의 난폭운전에 반감이 있던 독자들에게는 이 상황이 단순한 배달 라이더들의 인성 문제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구조적 문제임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