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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03.4833-22-99

- 서명: 디지털 폭식 사회 : 기술은 어떻게 우리 사회를 잠식하는가?

- 편/저자: 이광석

- 발행처: 인물과사상사(2022-11)

서평
 디지털로 욕망을 충족하고 지배받는 시대
서평자
 지용구,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발행사항
 626 ( 2023-05-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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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별점, 평점, 주목 사회

제1장 메타버스 플랫폼 질서의 탄생
제2장 인공지능 자동화와 노동의 미래
제3장 성장 강박과 지속가능한 기술 환경
제4장 코로나19 팬데믹과 생태 위기
제5장 기술 폭식 사회와 기술민주주의

에필로그 : 성찰 없는 기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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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즉각성은 상호 오해를 낳고, 맞춤형 알고리즘 추천은 편향이 된 지 오래다. 감성의 연대는 쉽고 빠르게 전파되어 특정 사회 정서 흐름을 만들어냈지만, 그만큼 조루하고 급격히 휘발했다.” - 66쪽 지난 3년간 우리 사회를 넘어 지구의 모든 이슈를 지배하던 코로나19가 끝나가지만, 사회는 여전히 뒤숭숭하다. 특히 코로나 극복을 위해서 집행된 정책들을 되돌리는 와중에 먹고사는 문제부터 세계 경제까지 온통 지뢰밭이다.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문제들이 갑자기 터져버려 매일 아침 뉴스를 보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최근의 미국 SVB 파산 사태를 보면서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일상을 넘어서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에 대하여 새삼 깨닫게 되었다. 대중의 손가락 몇 번의 클릭이 미국 내 자산 기준 16위 규모의 은행을 파산시킨 속도는 디지털이 주는 위력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스티브께서 가라사대, “아이폰이 있으라” (And Then Steve Said, “Let There Be an iPhone”). 20세기 말 인터넷이 대중화된 이후 등장한 ‘스마트폰’은 우리를 언제나 연결하고 있다. 그 편리함은 코로나19에서 더욱 빛났다. 서로의 접촉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는 상시 서로를 연결하며 연대의 위로를 건넸고 각종 플랫폼은 우리의 사회경제적 일상 활동이 끊어지지 않게 해주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들은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축복이었지만, 축제가 끝나고 나면 언제나 쓰레기가 남듯이 축복이 지나간 자리에는 저주에 가까운 단절, 소외, 폭력, 상대적인 빈곤 또한 창궐하고 있다. 이 책은 ‘기술 폭식 사회’의 기술만능주의와 그 기술의 독성과 폭력성, 그리고 디지털 권력인 플랫폼에 지배받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사회에 경고하고자 집필되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기술 폭식 사회’론의 폭식의 근거를 동의해야 저자의 주장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다. 저자가 주장하는 폭식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폭식은 채워도 쉽사리 포만감을 얻을 수 없다. 둘째, 폭식은 자기 조절의 한계를 넘는 행위다. 셋째, 폭식이 체내에 독소를 남기듯 신기술은 때로 이롭기도 하지만 자연-사회 생태에 기술 ‘독성’의 상흔을 남긴다. 마지막으로, 폭식은 먹는 것이 목적이 되면 어떤 내용물을 목구멍으로 넘기는지 그 스스로 사태를 파악하지 않게 된다. 저자의 주장대로 우리 사회는 기술 폭식 사회인가? 벚꽃이 흩날리는 길에는 스마트폰에만 얼굴을 파묻고 있는 ‘스몸비’(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들이 걷고 있고, 버스는 ‘버스몸비’(버스와 스몸비의 합성어)를 싣고 달린다. 세월이 주는 봄날의 따스함과 봄꽃의 아름다움을 우리의 오감으로 느끼는 대신에, 스마트폰 너머 누군가의 디지털로 박제된 경험에 욕망을 충족시키다 못해 탐닉하고 있다. 디지털로 연결되어 있지만 소외되어 있고, 소통을 위한 도구에 의해서 더욱더 편향되어 불통하는 사회로 가고 있다. 맞춤형 알고리즘이 추천한 콘텐츠만 편식한 사람들은 주말마다 외로움에 광장으로 나가지만, 그 광장에서도 각자의 주장만 외칠 뿐 공감과 연대는 여전히 스마트폰 속에서만 찾고 있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보여준 인간을 넘어서는 능력에 우리가 감탄하는 동안, 챗GPT란 놈이 새로 나타나서 그 전지전능함을 만천하에 보여주고 있다. 인공지능의 무한한 능력은 공포를 넘어서 이젠 우리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에 느끼는 연대와 포용을 인공지능은 ‘스몸비’에게 베풀까? 이 책은 디지털 기술로 도배된 우리 사회의 거대한 기술적·사회적 흐름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메타버스와 소셜미디어, 인공지능과 노동의 미래, 디지털 기술을 통한 성장과 지속 가능한 사회, 생태적 위기, 그리고 기술 민주주의까지 우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열성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 책 속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크고 웅장해서 도리어 윙윙거리는 것 같다. 특히 후반부의 ‘한국형 뉴딜’과 ‘생태주의’에 대한 저자의 글 속에서 저자의 열정이 너무나도 뜨겁게 느껴져 도리어 나의 마음이 한발짝 뒤로 물러서는 느낌을 받았다. 다소 공허할 수 있는 거대한 담론에서 시작하는 대신에 개인들의 디지털 폭식 속에서 나타나는 문제들로 출발해서 점차 저자가 하고 싶은 큰 이야기를 했다면 그 울림이 책을 읽고 난 후 나의 가슴속에 더 남아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