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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62.2-23-1

- 서명: 그대의 마음에 닿았습니다 : 지식이 아닌 공감을 전하는 아홉 명의 정신과 의사 이야기

- 편/저자: 김은영 외 8인

- 발행처: FLOORWORX(플로어웍스)(2023-01)

서평
 진료실 너머 고통의 현장에서 만나는 정신과 의사들의 공감 이야기
서평자
 채정호,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발행사항
 621 ( 2023-03-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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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그대의 마음에 나의 공감을 보냅니다.
- 실패하고 방황해도 괜찮아 | 청년정신건강, 김은영
- 그린슬리브스 | 애도, 정찬승
- 서로의 러닝메이트가 되다 | 트라우마, 심민영
- 판도라의 상자 | 중독, 천영훈
- 죽고 싶은 사람과 살리고 싶은 의사 | 자살예방, 백종우

2부 그대의 상처에 우리의 위로를 보냅니다
- 감염병은 재난이다 | 코로나19, 이정현
- 군대를 떠날 수 없었던 의사 | 군정신건강, 백명재
- 우연한 만남, 조금 다른 이별 | 북한이탈주민, 전진용
- 용서 이야기 | 국가폭력, 정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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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시간 속에서 함께 고통을 나누며 체험해갈 때 우리는 고유한 회복의 길을 발견하게 된다. 고통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그 고통 속에서 의미를 발견해야 살아갈 수 있다.” - 60쪽 대한민국의 정신건강이 극도의 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불명예스럽게도 OECD 국가 중에서 늘 자살률 1∼2위를 다투고 있다는 소식은 낯설지 않고,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무한 경쟁의 수레바퀴 속에서 허덕이다 지치고 힘겨워하고 있다. 팍팍한 삶을 이어가다 더 이상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고 우울, 불안과 울분에 시달린다. 특히 코로나 이후 각자도생과 고립이 심해지면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분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통계에 의하면 코로나 시기 이전인 2017년에 비하여 2021년에는 우울증 환자 진료는 35%, 불안장애 환자 진료는 32.3%가 증가했다. 특히 20대 환자의 증가율은 놀랄 정도여서 불과 4년 사이에 우울증 환자 수는 127.1%, 불안장애 환자 수는 86.8%나 폭증했다. 그러다 보니 정신과 진료실을 찾아 아픔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이런저런 방식으로 치유해야 한다는 내용과 정신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지식을 전달해주는 서적이 많이 쏟아지고 있다. 이 책은 얼핏 보면 이와 비슷하게 진료실에서 치료와 상담을 한 경험과 지식을 전하는 책인 것 같다. 하지만 부제인 「지식이 아닌 공감을 전하는 아홉 명의 정신과 의사 이야기」가 말해주듯이 흔한 공부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 삶의 체험과 숙고를 통해서 고통받는 사람의 마음에 겨우 닿게 되는 공감의 경험에 관한 사연이다. 그래서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벌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가 절절하게 펼쳐진다. 이 책은 최고의 대학에 들어갔지만 무엇이든지 잘 해내야 하고 뛰어나고 앞서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동시에 많은 일을 너무 열심히 하다 완전히 탈진되었음에도 낙오자가 될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는 학생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린슬리브스’는 갑자기 자살로 삶을 마감한 아들로 인하여 충격, 슬픔, 공허함을 견디지 못하는 어머니와 긴 애도의 과정을 함께하는 자살 유가족 상담 과정을 다룬다. 트라우마 상담 이야기는 세월호 참사를 포함한 수많은 트라우마의 현장 속에서 재난은 예고 없이 그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기에 상식과 정의와 선의를 믿으며 함께 견디어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인생이 다 끝난 것 같은 마약 중독의 나락 속에서 온갖 불행이 다 빠져나가기 전까지는 맨 밑바닥에 있는 희망을 볼 수 없기에, 판도라의 상자에서 세상의 모든 불행이 쏟아져 나온 후 마지막에 희망이 남아 있었다는 이야기를 믿으며 버티는 중독 상담 사례도 소개되고 있다. 자살 상담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 힘들어서 죽음 이외에는 탈출구가 없을 것 같아 죽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살 시도자와, 그들을 어떻게 해서든지 살리려 애쓰는 진심을 가진 사람이 한 명만 옆에 있어도 삶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피할 수 없는 것을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저 헤쳐 나가는 것이라며 군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년들을 돌보았던 군 병원에서의 상담 사례와 사랑하는 사람들과 생이별하고 정든 고향을 떠나 완전히 생경한 문화 속에서 적응해가면서 숱한 어려움을 겪는 탈북민의 사연도 전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 폭력으로 인해 망가지고 얼어붙은 아들의 시신을 부둥켜안아야 했던 어머니와, 버스를 함께 탔던 승객이 총격을 받아 내장이 튀어나오는 것을 목격했던 여고생이 수십 년 만에 뱉어내는 증언을 듣고 당시의 가해자와 피해자들이 용서라는 어려운 과정을 통해 진정한 인간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지켜본다. 정신과 의사라고 하면 왠지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무엇인가 근사한 해결책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이 있다. 그러나 이 책 속의 정신과 의사들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기술이 아닌 진심을 갖고 공감하며 같이 울어주고, 힘든 인생길의 동반자로 그들과 함께 변화하고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해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심지어는 그들 자신조차도 죽음과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는 이야기들을 통해, 생로병사를 겪으며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고통 속에 사는 사람들 옆에서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고 그 속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온전한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을 깨우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