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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943-22-2

- 서명: 독일은 왜 잘하는가 : 성숙하고 부강한 나라의 비밀

- 편/저자: 존 캠프너

- 발행처: 열린책들(2022-05)

서평
 독일인들이 잘하는 이유
서평자
 구춘권,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발행사항
 611 ( 2023-0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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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그들과 우리
1장 재건과 기억: 전후 시대의 아픔
2장 무티의 따뜻한 포옹: 메르켈과 동독의 유산
3장 물티쿨티: 이민과 정체성
4장 더 이상 아이가 아니다: 포퓰리즘 시대의 외교 정책
5장 기적: 경제 기적과 그 이후
6장 개는 개를 먹지 않는다: 함께 뭉치는 사회
7장 더 이상 대수롭지 않은 일이란 없다: 기후 문제와 자동차
결론: 독일은 왜 잘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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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독일 학교는 <시민의 용기Zivilcourage>라는 개념을 가르치고 있다. 법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국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이제 학생들은 마땅히 그래야만 할 때 스스로 생각하고, <아니오>라고 외치고, 용기 있게 저항하도록 권장되고 있다.” - 82쪽 『독일은 왜 잘하는가 : 성숙하고 부강한 나라의 비밀』이라는 표제로 번역된 이 책의 원래 제목은 『독일인들은 왜 더 잘하는가(Why the Germans do it better)』이다. 원제가 암시하듯이 이 책은 존 캠프너라는 영국 출신의 유명한 저널리스트가 오랜 시간 독일에 거주하면서 관찰한 독일 사회와 정치의 모습을 영국과 비교 관찰하면서 독일의 다른 모습을 발굴해내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우선 캠프너가 보기에 독일인들이 잘 할 수 있는 토대는 역사에 대한 심도 깊은 반성과 성찰, 그리고 역사를 과거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현재로 기억해내려는 ‘병적인’ 노력에 있다. 물론 독일이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캠프너는 전후 독일이 역사를 직시하게 된 과정을 추적한 뒤 오늘날 독일 사회가 특히 강조하고 있는 ‘시민의 용기(Zivilcourage)’에 주목한다. 이 용기는 국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시민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아니오’라고 외치며, 용기 있게 저항하도록 교육하고 권장하는 것이다(82쪽). 미국의 트럼프, 영국의 존슨,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정부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한 여러 나라들에서 일어난 비극에 비해 독일의 민주주의가 여전히 건강한 이유는 바로 이 ‘시민의 용기’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캠프너는 독일인들이 정치적으로 잘하는 이유를 합의와 타협을 지향하는 정당정치가 작동하고 포용력 있는 리더십이 존재하는 데서 찾는다. 전후 정치적 안정의 근간이었던 거대 정당들, 즉 기민련과 사민당에 대한 지지율이 꾸준히 줄어들었지만, 독일인들은 광범위한 연정이라는 대안을 찾아냄으로써 21세기에도 여전히 정치적 안정을 누리고 있다. 기민련(흑), 사민당(적), 녹색당(녹)과 자유당(노랑), 그리고 주 차원에서는 좌파당(보라)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색깔의 연정이 만들어진다. 정책 입안과 관련해서도 최대한 많이 살펴보며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안이 만들어질 때까지 토론하는 문화도 정치적 안정에 기여한다. 거기에다 메르켈처럼 결코 뽐내지 않고(144쪽), 외교적으로 신중하며(92쪽), 포용적이지만 필요하다면 단호한 결정을 하는 리더십이 존재하는 것도 독일인들이 정치를 잘하는 이유일 것이다. 캠프너는 대외정치적으로 독일이 미국의 그늘 아래서 보호받는 아이의 역할에 만족했지만 이제 그 시절이 끝났음을 강조한다. 대서양 건너편에서는 트럼프가 자유세계의 소중한 가치를 체계적으로 허물었으며, 도버 해협 저편에서는 존슨이 브렉시트의 완성과 함께 유럽연합을 뒤흔들었다. 유럽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독일은 프랑스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258쪽). 미국과 영국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서 독일은 자유민주주의의 리더라는 대단히 불편한 자리를 떠맡게 되었다(260쪽). 캠프너는 유럽의 중심으로 부상한 독일이 유럽적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향후 대외정책에서도 숱한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한다. 독일의 전후 경제 기적은 너무도 잘 알려진 이야기다. 그런데 독일 경제의 성공담은 팬데믹 시기에도 계속되고 있다. 벌써 수년째 독일은 경상수지 흑자 세계챔피언 자리를 내려놓지 않는다. 독일은 유럽의 생산 체인에서 두뇌와 심장의 역할을 맡고 있다. 노동조합을 적으로 낙인찍고 탄압에 열을 올리는 국가들이 특히 주목해야 할 사실은 노동자들의 이사회 참여가 보장되는 독일의 공동경영이 생산성 상승은 물론 투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274쪽). 독일의 노동자들은 이사회 회의실에서 위화감을 느끼지 않으며, 많은 독일 사장들은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272쪽). 경제적 성공과 사회적 연대는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한 동전의 양면임을 독일은 잘 보여준다. 캠프너는 제조와 공학, 수출, 탄탄한 공적 금융, 첨단 기술, 사회적 연대가 독일이 경제적으로 잘하는 이유임을 강조한다(275쪽). 이 책은 물론 사회과학적이거나 이론적인 저술이 아니다. 제도적 또는 구조적 차원에서 독일의 장점이 분석되기보다는 주로 저자의 경험에 기반을 두고 독일인들이 잘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독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딱딱하지 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