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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573.798-22-1

- 서명: 마법의 비행

- 편/저자: 리처드 도킨스

- 발행처: 을유문화사(2022-06)

서평
 상상의 날개 저 너머로
서평자
 전중환,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발행사항
 610 ( 2023-0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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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행의 꿈
2 비행은 어디에 좋을까?
3 비행이 그토록 좋은 것이라면, 왜 일부 동물은 날개를 버렸을까?
4 작다면 비행은 쉽다
5 몸집이 크면서도 날아야 한다면, 표면적을 더 높은 비율로 늘려야 한다
6 무동력 비행: 낙하와 활공
7 동력 비행과 작동 방식
8 동물의 동력 비행
9 공기보다 가벼워지기
10 무중력
11 공중 부유 생물
12 식물의 ‘날개’
13 진화한 비행 기계와 설계한 비행 기계의 차이
14 반쪽짜리 날개는 어디에 쓸모가 있을까?
15 외향 충동: 비행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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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학 자체를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영웅적인 비행이라고 여긴다. 문자 그대로 다른 세계로의 이주든, 낯선 수학적 공간을 추상적으로 날아다니는 마음의 비행이든 간에 … 비행이 중력으로부터 세 번째 차원으로의 탈출인 것처럼, 과학은 일상생활의 평범함으로부터 나선을 그리면서 상상력이 점점 희박해지는 높이까지 탈출하는 것이다.” - 322쪽 새끼손가락을 보시라. 쭉쭉 자란다고 상상하자. 새끼손가락 하나가 팔 전체보다 더 길어졌다. 긴 새끼손가락과 발목 사이에 얇은 피부막이 있다고 또 상상하자. 인간의 날개다. 양 새끼손가락이 총길이 7m에 이르는 거대한 날개막을 지탱한다. 이제 어디든 훨훨 날아가시면 된다. 어차피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 깃털로 된 날개가 천사 가브리엘처럼 등에 아담하게 돋았다고 해주면 안 될까? 물론 날개가 등에 달렸다고 상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날개를 지탱할 새로운 뼈가 등에서 불쑥 튀어나온다는 말이다. 가능성이 희박하다. “새, 박쥐, 익룡 같은 더 전문적인 비행자는 팔을 이용한다. 팔에는 용도를 변경하기에 좋은 … 뼈와 근육이 이미 들어 있다.”(115쪽) 나는 마지막 손가락만 길어져서 피부막을 지지하는 익룡의 경우를 인간이 ‘커닝’한다고 상상한다. 게다가 인간만큼 무거운 존재가 공중에 뜨려면 날개가 매우 커야 한다. 크기가 사람만 했던 새 아르겐타비스의 날개 길이가 7m였다.(96쪽) 깃털이건, 피부막이건 간에 우리의 날개는 흉물스럽게 커야 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 책에서 비행을 다룬다. 하늘에 떠 있기 위해 인간이 수백 년에 걸쳐서 고안한 방법, 그리고 다른 동물이 수백만 년에 걸쳐서 진화시킨 방법은 여섯 가지다. 무동력 비행, 동력 비행, 공기보다 가벼워지기, 무중력, 공중부유, 그리고 날개 빌리기다. 도킨스는 각 장에서 인간이 설계한 비행 기계와 동물계에서 진화한 비행 적응을 나란히 놓고 친절히 설명한다. 『이기적 유전자』에서 그가 쌀쌀맞은 과학자라고 느끼셨는가? 『만들어진 신』에서 그가 성마른 검투사라고 느끼셨는가? 안심하시라. 이 책에서 도킨스는 왜 요즘은 쌍엽기가 드문지, 왜 닭 뼈는 속이 비었는지, 왜 섬에 살게 된 새는 날개를 잃어버리는지, 어떻게 헤엄치는 사람과 펭귄은 물속을 나는지, 어떻게 기구 조종사는 밧줄 하나로 고도를 조절하는지 등을 자상하고 익살스럽게 들려준다. 야나 렌초바의 매혹적인 그림은 진정 눈이 부시다. 인간이 설계한 비행 기계와 동물이 진화시킨 비행 적응은 얼마나 다를까? 중력에 맞서야 한다는 물리학 문제는 같다. 문제가 같으니 양쪽이 낸 답안도 비슷하다. 이를테면, 자전거 페달을 밟아서 나는 인력 비행기 고서머앨버트로스는 무게가 고작 35kg이다. 접착제조차 아주 가벼운 특수 제품을 쓴다. 가벼워야 날기 쉽기 때문이다. 나는 동물도 마찬가지다. 이빨은 별로 무겁지 않을 것 같지만, 새는 조상이 지녔던 이빨을 버렸다. 이빨보다 각질의 부리가 더 가볍기 때문이다. 자, 주목! 해결책은 비슷하지만, 해결책에 이르는 과정은 양쪽이 매우 다르다. 항공 공학자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라고 궁리한다. 발상을 제도판에 스케치하고 의견을 모은다. 시제품을 만들어서 실험도 한다. 연구 개발 과정은 기껏해야 몇 년이면 끝난다. 동물 쪽은 훨씬 느리게 진행된다. 어떠한 발상도, 계획도, 제도판도, 시제품도 없다. 그저 개체군에 있는 유전적 변이 가운데 비행을 조금 더 잘하게 하는 변이가 수많은 세대를 거쳐 점점 더 흔해질 뿐이다. 각 단계는 이전 단계보다 아주 조금씩 개선된다. 이러한 선택이 계속 누적됨에 따라 동물은 활공하고, 급강하하고, 정지 비행하게 된다.(272쪽) 자연 선택은 과거의 유산을 그때그때 고쳐 쓰기 급급한 땜질 수리공이다. 덕분에 멋없는 적응이 진화한다. 새끼손가락만 흉측하게 긴 익룡처럼 말이다. 반면에 상상력의 범위를 까마득히 넘어서는 근사한 적응도 진화한다. 어떤 난초는 '가짜 말벌 암컷'을 만들어 수컷 말벌을 유혹한다. 불쌍한 수컷은 짝짓기하려다가 허탕만 치고 난초의 뜻대로 다른 난초에 꽃가루를 옮겨준다. 요약하자. 이 책은 비행에 대한 온갖 궁금증을 과학으로 친절하게 답해준다. 새, 박쥐, 익룡은 살아있는 항공기다. 벌과 나비는 식물이 꽃가루를 교환하는 작은 수송기다. 중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빠져들 정도로 쉬운 책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감탄할 정도로 아름다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