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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155.2-22-10

- 서명: 프로필 사회 : 진정성에서 프로필성으로

- 편/저자: 한스 게오르크 묄러, 폴 J. 담브로시오

- 발행처: 생각이음(2022-12)

서평
 나 그리고 나의 프로필 : 자신을 판매하는 사회에서 온전하게 살아남기
서평자
 김예란,광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발행사항
 609 ( 2022-1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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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큰 그림
2장 프로필성
3장 성실성
4장 진정성
5장 정체성
6장 온전성
7장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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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는 주어진 정체성 프로필을 단순히 받아들일거라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프로필은 적극적으로 큐레이팅될 필요가 있다.” - 268쪽 ‘프사(프로필 사진)’란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다. 가장 흔하게는 카카오톡 같은 소셜미디어에서부터 정식화된 이력서용 사진에 이르기까지 프사는 자아를 표현하는 중요한 도구로 활용된다. 『프로필 사회(원제: You and Your Profile)』는 우리 삶에 어느덧 자연스럽게 일상화된 ‘프로필 정체성’을 논한다. 개인의 홍보, 인정, 평판 관리를 통해 특정한 기술, 특히 소셜미디어를 매개로 형성되고 표현하는 정체성이 프로필 정체성이다. ‘프로필성(profilicity)’은 사회적 역할에 충실히 임하는 전근대적 ‘성실성’, 자신의 독창적 본질을 발견하고 발현하는 근대적 ‘진정성’에 이어, 이전 시대의 정체성 전통을 포괄하며 발전한 현대사회의 지배적인 ‘정체성 기술’로 설명된다.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면 프로필성이라는 이 특수한 정체성 기술이 현재의 삶에 거의 필수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 이전 세대에는 존재하지조차 않았던 어휘들이 지니는 영향력이 막강하다. 평범한 개인들 역시 자신의 삶을 꾸리기 위해 프로필 정체성을 만들어 키워나간다. 프로필 정체성은 일종의 ‘공개적 정체성’으로서 소유자의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가치를 증가, 유지, 추락시키는 등의 영향력을 지닌다. 이렇게 보면 프로필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현대인이란 거의 없다. 누군가 소셜미디어를 가지고 프로필 정체성을 만들지 않는다면, 그녀는 페이스북도 카카오톡도 하지 않는다는 별개의 프로필을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각 차원이 분리되었지만, 상호작용 관계에 있는 체계들로 세계를 설명하는 루먼의 체계이론 관점에서, 묄러와 담브로시오가 특히 주목하는 개념은 ‘2차 질서 관찰’ 작용이다. 2차 질서 관찰 작용에서 중요한 건 누군가 제시한 프로필의 내용이 진짜인지 여부가 아니다. 대신 남이 보는 형상대로 자신 역시 ‘진짜인 척함’ 하는 관찰자와 대상자 사이의 일치성이다. 또한 진짜인 척함이 숨겨져야 할 잘못도 아니다. 왜냐하면 관찰되는 그나 관찰하는 우리나 이 프로필이 진짜인 것은 아니며 의도에 따라 진짜로 ‘구성’된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일종의 사회적 공모관계 위에서 프로필 정체성은 구성되고 소비된다. 급기야는 실제 개인과 프로필의 우선 관계가 뒤바뀐다. 개인을 진실하게 그리는 프로필이 요구되는 게 아니라, 반대로 프로필에서 보이는 것처럼, 존재하고 처신하는 개인이 되어야 한다. 이처럼 프로필성은 정체성의 진실 여부에 대한 도덕적 판단이 아니라, 정체성이 형성되고 표현되는 방식과 효과에 관한 개념이다. 그래서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진짜의 프로필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진짜로 구성해서 표현하고 행위 하는 ‘프로필 큐레이션’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 인간의 정체성이란 본질이 안정적으로 존재해서 이것이 겉으로 우러나오는 방식이 아니라, 프로필 큐레이션에 따라 ‘연출’되어야 할 무엇으로서 유의미하다. 모든 것이 조작된 프로필성이라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각자 존재하고 타인과 소통하며 사회를 관계 맺어야 할까. 저자들은 정체성의 온전함을 위해 ‘프로필의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 사회에서 넘쳐나는 정체성 프로필의 요구에 파묻히지 말고 그 질서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통해 그로부터 자유로운 ‘고귀한 인간’(니체의 표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렇게 볼 때 프로필성은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늘 변화하고 충돌하며 금가기 쉬운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다스리는 과정적인 작업에 가깝다. 이 책은 우리가 더 탐구해야 할 문제영역을 전해준다. 우선 프로필성의 공모 위에서 진실에 관한 윤리 정치적 가치는 어떻게 다뤄야 할까. 또한 서로 진짜인 척하는 공모관계는 과연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그 불안정성이 낳는 개인적, 사회적 혼란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인간의 개입이 불가한 고도의 자동화 알고리즘 기술 환경에서, 과연 자신의 정체성을 조화롭게 화해시키는 노력으로서 프로필성이 얼마나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실행될 수 있는지는 계속 탐구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