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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01.0951-22-25

- 서명: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 : 기쁨과 즐거움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불편한 진실

- 편/저자: 안톤 숄츠

- 발행처: 문학수첩(2022-04)

서평
 보편의 시각에서 한국의 특수성 보기
서평자
 김경일,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발행사항
 603 ( 2022-1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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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_행복을 꿈꾸는 한국 사람들에게 건네는 달콤쌉싸름한 연애편지
1장. 워라밸의 기술
2장. 여행, 모험을 꿈꿔야 하는 이유
3장. 집을 사는 행복, 집에 사는 행복
4장. 교육, 서열과 순위의 덫에 갇혀버린 행복
5장. 행복한 사회를 꿈꾸는 한국 사람, 당신에게
Epilogue_당신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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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정권에서 국가의 말을 잘 듣는 ‘부지런한 민족’이라는 이미지, 슬픔을 꾹 참고 인내하는 ‘한의 민족’ 역시 그 시대에 교묘하게 이용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민들 마음속에 고생은 누구나 살면서 짊어져야 하는 당연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면 권력자의 입장에서는 용이하지 않았을까?” - 225쪽 정치권을 포함해서 한국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당면하고 일상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두 문제를 꼽는다면 아마도 교육과 부동산 문제가 될 것이다. 독일인으로 한국에서 20년 이상 살아온 저자는 이 책에서 주요한 두 주제를 다룬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주제가 여기에서 그치는 것만은 아니다. 일, 여행, 음식, 난민, 온라인 문화, 성형수술과 외모 가꾸기, 그리고 신뢰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현대사회가 당면한 여러 주제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100년 전 같은 독일인으로 한국을 방문한 겐테(Siegfried Genthe)가 “베이징이나 도쿄, 방콕이나 상하이 같은 어떤 대도시도 서울처럼 전신과 전화, 전차와 전기를 동시에 갖추고 있는 곳은 없다”고 하면서 “눈부시게 하얀 옷과 검은 갓을 쓴 사람들로 가득한 서울거리는 중국이나 일본, 이 세상 어디에도 볼 수 없는 조선 본연의 모습”이라고 묘사한 것과 비슷하게 숄츠 역시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하나며 사람들 대부분이 착하고 친절하고, 지루할 틈 없는 역동성이 날마다 숨 쉬는 곳이기도 하다”고 적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따뜻한 시선에서 한국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이상하게 환상적이며 이국적”인 이방인의 시선을 보인 겐테와는 달리 이 책에서는 다소의 자민족중심주의(ethnocentrism) 흔적을 더는 찾아볼 수 없다. 한국 사회의 특수성과 보편성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이 책은 특수성보다는 보편성의 편에 서고자 하며 이러한 관점은 지구 차원에서 동조화, 평준화가 급속하게 진행하고 있는 오늘날의 세계 추세와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설령 한국 사회의 특수성을 다룬다고 해도 아이들에 대한 과잉보호가 미국이나 독일에도 있지만 규모가 다르다거나, 온라인 문화의 폐해가 한국에만 한정되지는 않지만 강도가 점점 더 세지고 있다거나, 혹은 수치심은 어느 사회나 있지만 한국 사람이 느끼는 수치심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많고 다양하다는 언급과 같이 규모의 차이나 정도의 문제로 설명하고자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그는 한국만의 독특한 주거 문화로서 아파트 문화를 설명한다. 한국인은 집값에는 민감하지만 그 집에 “마음의 집을 짓고 살지는 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한국을 떠나 살고 싶은 청년들이 늘고 있는 현상도 마음의 거처로서 집의 부재를 들거나, 유행에 민감하고 “대세에 순응하는” 경향은 획일적인 아파트 문화로 설명된다. 일찍이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Valérie Gelézeau)는 한국의 아파트를 근대 이후 가장 '한국적인' 현상의 하나로 한국 근대성의 표상으로 일컬은 바 있지만, 숄츠가 보기에 이는 “외계 행성에서 내려앉은 우주선”이거나 “조지 오웰이 『1984』에서 표현한 전체주의 사회를 건축물로 표현”한 것이다. 교육에 관한 서술도 마찬가지이다. 그에게 한국의 교육은 “정보, 지식, 기능에 국한”된 것으로, “무엇을 배우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시험을 통과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 교육의 가장 주요한 특징을 그는 “가장 중요한 걸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요약한다.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것조차” 배워야 할 과목으로 만들거나 “실제 교육보다 가르치는 척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아” 부어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나아가서 시스템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기꺼이 반발하고 싸울 태세를 갖추고 있는 한국의 학원과 교육산업에 대한 설명은 주목할 만하다. 심지어는 한국적 특수성의 전형으로 흔히 거론되는 한(恨)에 대해서도 그는 이러한 시각을 놓치지 않는다. “그런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없을 뿐 이 역시 많은 민족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거나 “운명이나 역사적 시련이라는 것도 한국 사람만 겪는 것”은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한은 “피해자라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더불어 체념과 숙명 의식을 가져온다. 한국의 높은 자살률이나 젊은 세대의 자기 연민과 피해의식을 ‘낭만화된 한의 감정’이나 ‘한의 미학’과 연결해서 설명하는 방식도 자못 흥미롭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외국인이 본 한국에 관한 인상기의 계보를 이으면서도 지구 차원과 한국의 과거라는 시공간의 차원에서 비교 문화의 접근을 하고자 한다. 나아가서 이 책은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비교 민속지의 성격을 벗어나 주체로서 개인의 인생관과 꿈, 가능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행복을 추구하는 자기계발서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