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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31.257-22-2

- 서명: 소처럼 일하지 않습니다 : 네덜란드의 탄력근무제에 깃든 삶의 철학

- 편/저자: 린자오이

- 발행처: 행복한북클럽(2022-04)

서평
 워라밸, 어떻게 가능한가?
서평자
 이문호,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장
발행사항
 600 ( 2022-1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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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를 본받아야 하는 이유
1장 네덜란드 사람들의 자유로운 사고방식
2장 네덜란드의 근무 환경과 직장 문화
3장 네덜란드 경영자의 관리 비결
4장 네덜란드 근로자들의 업무 방식
5장 네덜란드의 저녁이 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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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리티 타임은 그들이 입에 달고 사는 단어다. 특히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의미하는데, 이것만 봐도 네덜란드 사람들이 가족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동양인들이 일하는 방식에 대해 얘기할 때마다 네덜란드 친구가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바로 ‘그렇게 늦도록 일하면 언제 아이들과 놀아주고 대화하고 소통해?’라는 것이다.” - 51쪽 이 책의 저자는 대만 여성으로 네덜란드에 유학을 갔다 거기서 직장을 얻고 결혼해서 사는 평범한 워킹 맘이다. 그녀는 자신이 경험한 네덜란드의 회사와 일상생활을 고국의 직장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어 한다. 그리고 “직장에 내 몸을 갈아 넣지 마세요.”라고 말한다. 장시간 노동에 지친 대만인들을 생각하는 그녀의 애틋한 마음이 느껴진다.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 축에 들어가는 우리에게도 와닿는 얘기다. 산업화의 후발 주자로서 우리나 대만이나 선진국을 따라잡느라 밤낮없이 일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그렇다면 저자의 네덜란드 경험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네덜란드는 주 평균 노동시간이 2014년에 이미 31.2시간으로 세계에서 가장 적게 일하는 나라에 속한다. 이는 파트타임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정규직 주당 근무시간은 36∼40시간이지만, 전체 근로자의 38.7%가 주당 30시간 이하의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풀타임과 파트타임의 전환이 쉬워 근로자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근무시간을 선택한다. 파트타임이 ‘비정규직’ 개념이 아니라 자발적 선택인 것이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이러한 탄력근무제를 통해 노동시간을 줄이고 ‘워라밸’을 실현한다. 죽어라 일만 했던 대만 여성의 눈에 네덜란드는 그야말로 개인이 있는 나라, 가족이 있는 나라, 저녁이 있는 부러운 나라였다. 그래서 그녀는 네덜란드의 탄력근무제에 깃든 삶의 철학을 얘기한다. 이것이 이 책의 주안점이자 장점이다. 외국의 제도를 벤치마킹할 때 그 운영방식이나 관리체계 등 제도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는 실천적 교훈을 얻기 어렵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법으로 그 제도가 자라난 토양을 알지 못하면 그 자체로는 아무리 좋아도 이식되기는 힘들다. 저자가 경험한 네덜란드 사람들의 삶의 철학은 바로 자율적 탄력근무제가 자라난 토양이다.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일은 돈벌이가 아니라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위한 수단이다. 일이 삶의 질을 방해하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항상 칼퇴근이고 거래처 접대와 아이 생일이 겹치면 단연 거래처 약속을 변경한다. 주말과 휴가 중에 일했다간 가족의 항의는 물론 주위에서 ‘비정상인’으로 취급된다. 이러한 삶의 철학이 일과 생활의 엄격한 구분과 워라밸 지향의 조직문화를 만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살짝 걱정이 생긴다. 저렇게 일해도 국제경쟁력에 문제는 없을까? 해외무역에 의존하는 네덜란드에 국제경쟁력은 생존의 문제일 텐데. 저자는 이에 대해서도 대답한다. 네덜란드가 지금까지 여러 국제 비교연구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은 나라에 속한 것을 보면 워라밸이 결코 경쟁력을 떨어트리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회사는 즐겁게 생활하는 직원이 업무의 능률과 창의력을 끌어올린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경영마인드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실용주의적 유연성’에 기인한다. 이들은 장시간 노동 대신 업무 효율성을 높여 노동시간을 줄인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근무시간당 평균 GDP는 52.8달러로 G7 및 유럽연합의 평균보다 높다(각각 49.1달러 및 39.8달러). 또한 조직의 목표는 고집하지만 자기주장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업무과정에서 나타나는 방법론적 차이는 열띤 토론을 통해 조율해 나간다. 이로부터 동료들 간 경쟁보다는 서로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호흡을 맞추는 유연한 조직문화가 발전한다. 전체적으로 저자의 네덜란드 경험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 때문에 삶의 질을 포기하지 않고 ‘소확행’을 추구하는 것이 경쟁력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워라밸을 실행하는데 큰 용기를 준다. 그런데 책을 덮으면서 몇 가지 질문이 꼬리를 문다. 소처럼 일만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워라밸은 누구나 바라는 게 아닐까? 그런데 왜 네덜란드는 되고 우리는 안 되는 것일까? 이쯤에서 사회복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복지의 혜택 없이 일을 통해서만 먹고살아야 한다면 자신의 노동력을 최대한 돌려야 한다. 네덜란드는 높은 수준의 사회복지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런 곳에서는 소처럼 일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워라밸이란 결국 사회복지가 뒷받침되어야 실현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