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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23.44-22-1

- 서명: 이동과 자유 : 자유주의적 통치와 모빌리티의 계보학

- 편/저자: 하가르 코테프

- 발행처: 앨피(2022-01)

서평
 자유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통제와 길들이기
서평자
 박동천,전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발행사항
 595 ( 2022-09-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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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가상선 사이: 점령당한 팔레스타인 내 군검문소에서의 폭력과 정당화
제2장 막간_두 도로 이야기: 자유와 이동에 관하여
제3장 ‘감금이란 이름이 맞지 않는’ 울타리: 운동력과 자유주의적 몸
제4장 ‘과도한’ 운동의 문제
제5장 정치적인 모든 것의 실체와 의미: 다른 몸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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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모빌리티는 걷고 계단을 오르고 들판에서 뛰는 신체적 능력의 작용이며, 이러한 육체적 운동은 사회적 위반(결과이기도 하지만 의미이기도 하다)의 표현이다.” - 172쪽 모든 자유는 기본적으로 몸의 자유다. 몸이 꿈틀대고, 움직이고, 이동할 자유다. 신앙이나 양심 같은 내면성에 관한 자유마저도, 그 신앙이나 양심에 따라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자유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 더구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자유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자유가 아니다.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할 수 없는 무엇, 해서는 안 될 무엇을 항상 수반한다. 이처럼 자유란, 기본적으로 몸의 움직임 및 이동과 관련되고, 동시에 항상 한계를 내포한다. 자유에 한계를 부과하고 그 한계를 넘어서는 행위를 제재하는 것이 곧 정치적 권위다. 정치적 권위는 현존하는 정치체가 다양한 만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발동된다. 그뿐만 아니라, 하나의 정치체 안에서도 개인이 처한 사정이나 개인이 가진 자원에 따라 각자가 누릴 수 있는 자유는 천차만별이다. 비행기를 이용한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졌다지만, 미국의 성인 인구 가운데 비행기를 한 번도 타보지 않은 사람이 13%, 자기가 사는 주의 경계 바깥을 한 번도 나가보지 않은 사람이 11%에 이른다는 조사가 있다. 자유를 몸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면 이처럼 개인에 따라 누리거나 누리지 못하는 자유의 차이가 쉽게 시선에 포착된다. 이런 차이가 극명하게 표현되고 있는 곳이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이다. 요단강 서안과 가자 지구는 1967년 이른바 “6일 전쟁” 때 이스라엘이 점령한 후 지금까지 분쟁 지역으로 남아 있다. 1993년과 1995년에 체결된 오슬로 협약에 의해 약간의 질서가 마련되었는데,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이동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한다. 왜냐하면 이스라엘 정착지와 팔레스타인 구역을 상호 안전을 위해 구분한 다음, 팔레스타인 마을 사이를 연결하는 도로들을 이스라엘의 통제 아래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점령지역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 정착지로 향하는 도로로 들어가면 안 된다. 도로의 표지판들은 이스라엘 정착지들을 연결하는 경로를 표시하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사람이 멋모르고 표지판의 화살표만을 따라가다 보면 총에 맞을 수도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표지판에 표시되어 있지 않은 경로를 따라 이동해야 하는 것인데, 그들 대부분은 이런 사정을 잘 알고 나름대로 적응한다. 외부에서 강요된 통제가 내면화되어 자기통제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동과 자유: 자유주의적 통치와 모빌리티의 계보학』은 팔레스타인 점령지역(oPt)에서 이동의 자유가 어떻게 차별적으로 편성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는 데서 출발하여, 나아가 자유주의의 이론 및 자유주의라 흔히 분류되는 체제에서 이동이 얼마나 통제될 수밖에 없는지로 시야를 확장한 연구의 결과다. 저자는 oPt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장치들이 그들의 이동을 얼마나 제약하고 있는지에 착목한 관심을 발전시켜서, 자유주의의 이론과 실천에서 모빌리티가 어떤 방식으로 관리되고 통제되느냐는 차원으로 이어간다. 토머스 홉스는 과도한 운동을 통제하고 제약하는 것을 국가의 임무로 꼽았지만, 이를 뒤집어 제임스 스콧은 “국가는 항상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적”이라고 갈파했다. 영국사에서 울타리치기, 아메리카의 식민지 개척, 노예무역 등은 모두 어떤 사람들이 더 자유로워지는 와중에 다른 사람들은 박탈과 속박을 겪어야만 했던 사례들이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1850년대에 엘리자베스 스탠턴이 주도했던 여성의 의복개혁으로 이어진다. 옷만 바꿔 입으면 여성들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은 종래의 의복이 여성들의 몸을 가두는 장치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유라는 단어는 다양한 맥락에서 다양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에 의해 사용되어 온 만큼, 그 의미가 모호하고 느슨하고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에, 몸, 움직임, 그리고 이동에 주목하게 되면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제약을 겪는 대가로 어떤 자유를 얼마나 누리고 있는지를 볼 수 있게 된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국면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차이 또는 차별을 놓치지 않을 시야를 이 책은 풍성한 사례들과 이론적 논의를 통해서 효과적으로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