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표지이미지

- 청구기호: 302.545-21-2

- 서명: 고립의 시대

- 편/저자: 노리나 허츠

- 발행처: 웅진지식하우스(2021-11)

서평
 고립의 시대를 넘어, 포용적 민주주의를 찾아서
서평자
 김윤태,고려대 공공정책대학 사회학 교수
발행사항
 575 ( 2022-04-27 )

목차보기더보기

1장 지금은 고립의 시대다
2장 죽음에 이르는 병, 외로움
3장 그들은 왜 히틀러와 트럼프를 지지했는가
4장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다
5장 도시는 어떻게 그들을 배제하는가
6장 스마트폰에 봉쇄된 사람들
7장 세기의 노동은 외롭다
8장 감시 자본주의와 조작된 경제
9장 알렉사와 섹스 로봇만이 웃게 한다
10장 외로움 경제, 접촉하고 연결하라
11장 흩어지는 세계를 하나로 모으다

서평보기더보기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를 공격하기 전에도 이 시대는 이미 외로운 세기였다.” - 363쪽 왜 사람은 외로움을 느낄까? 개인의 성격에 따라 외로움이 생기는 것일까? 영국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 교수는 외로움의 사회적 기원을 탐구하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질수록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시대를 분석한다. 인터넷을 통한 초연결 시대에 사는 현대인들이 외로움을 더 느끼는 것은 역설적이다. <고립의 시대>는 “세계화, 도시화, 불평등 심화, 권력 비대칭에 의해, 인구구조의 변화, 이동성 증가, 기술 발달로 인한 혼란, 긴축정책에 의해 그리고 이제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불러일으킨 변화에 의해 외로움은 그 형태가 달라졌다”고 주장한다. 허츠 교수는 경제학의 구분을 넘어 사회학자처럼 종횡무진 ‘외로운 세기’를 분석한다. 외로움의 증가는 반드시 최근의 현상은 아니다. 1950년대 미국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즈먼의 <고독한 군중>은 미국 중산층이 개성을 잃어버린 표준적 유형으로 변화하는 동시에 ‘내부 지향적’ 인간으로 변화했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이후 자유시장과 복지 축소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관계가 더욱 위축되었다. 미국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은 <신자유주의와 인간성의 파괴>에서 노동시장 유연화로 인해 사람들이 장기적 관계보다 단기적 관계에 몰두하게 되고, 다른 사람의 인생 이야기보다 어떤 이익을 얻을 것인지에만 관심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인간은 서로 상품으로 취급한다. 외로움은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허츠 교수는 외로운 개인들이 사회를 소외와 배제, 양극화와 정치적 극단주의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 세계적으로 혐오 발언이 확산되고 외국인에 대한 적대적 태도가 증가하고 있다. <고립의 시대>는 현대인들이 소통 본능을 잃어버린 ‘외로운 생쥐’처럼 서로를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외로움이 커질수록 사회경제적 비용이 커지는 문제점도 날카롭게 설명한다. 마치 한국의 현실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성공한 국가이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사회적 관계가 극도로 약화되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은 어려움에 처할 때 도움을 청할 사람이 있다는 응답이 가장 낮다. 길에서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안전하다고 느낀다는 응답도 밑바닥이다. 한국의 사회적 자본과 신뢰가 극도로 취약한 사회가 되었기 때문에 우울증, 정신질환, 자살률의 증가에도 영향을 준다. 사회적 관계의 악화로 인해 사회 갈등이 격화되고 엄청난 비용을 치르게 된다. 경제적 성공과 정신적 불행의 역설은 ‘한국의 비극’이다. 허츠 교수의 <고립의 시대>는 외로움이 단지 영국 사회의 문제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 동아시아에도 널리 만연한 현대적 현상으로 분석한다. 이 책은 우리가 일하고 투표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무너뜨리는 ‘고립 사회’의 근원을 파헤치면서 어떻게 분열된 사회를 다시 통합하고 코로나19 위기로 단절된 사회를 재건할 것인지 해법을 모색한다. 최근 영국 사회에서 외로움은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뿐 아니라 정치적 의제로 떠올랐다. 영국 정부 차원에서 외로움을 담당하는 조직을 구성하고 <외로움 연간 보고서>를 출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외로움에 대한 정치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더 많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한국 정부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정부가 경제성장률과 국내총생산에만 관심을 기울이기보다 개인들의 삶의 질, 사회적 신뢰와 통합, 행복감을 높일 수 있는 정책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본주의적 무한 경쟁 대신 교육과 보건, 고용, 일과 가정의 균형, 아동 돌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 사회적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돕는 포용적 사회보장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중앙 정부 차원에서 외로움과 정신건강, 은둔형 외톨이, 자살 충동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부처간 협력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허츠 교수는 민주주의의 훈련을 통해 고립된 개인을 모으는 공동체의 재구성이 시급하다고 역설한다. 친구와 동료 관계를 강화하는 지역 공동체 차원의 하부구조가 중요하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술을 통한 연결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누구나 어울릴 수 있는 교통, 보건, 평생 교육을 위한 공동체 공간은 사람들의 사회적 연결을 확대하도록 도울 수 있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서로 만나 말을 건넬 수 있다면 사회적 차원에서 협력하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대로 “우정은 삶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