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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62.1962414-21-14

- 서명: 둠 : 재앙의 정치학

- 편/저자: 니얼 퍼거슨

- 발행처: 21세기북스(2021-11)

서평
 재난 – 인재의 스킬라와 자연재해의 카리브디스 사이의 숙명
서평자
 임운택,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발행사항
 571 ( 2022-03-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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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어느 ‘슈퍼전파자’의 고백
1장 죽음의 의미
2장 순환주기들, 그리고 비극들
3장 회색 코뿔소, 검은 백조, 드래건 킹
4장 네트워크의 세계
5장 과학의 미망
6장 정치적 무능의 심리학
7장 부기우기 독감에서 에볼라 전염까지
8장 재난의 프랙털 기하학
9장 역병들
10장 코로나19의 경제적 결과들
11장 삼체문제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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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작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이 세상의 종말이 아니라 (...) 대재난이 벌어진 후 우리 대부분이 생존해 있는 상황이다. 그런 재난들은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며 그 규모 또한 대단히 다양할 것이다. 비록 예견되는 경우라 해도 매우 독특한 종류의 아수라장이 벌어질 테고 말이다.” - 37쪽 근대화에도 불구하고 재난은 인류문명의 영원한 동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인류에게 주어진 나쁜 뉴스라면, 좋은 뉴스는 재난이 ‘주술’의 세계에 머물지 않고 과학의 발전으로 설명과 극복도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물론 다음번 재난이 닥칠 때까지. 과학의 진보는 재난을 설명하고 극복할 수 있는 수단도 제공하지만, 여전히 낙관적이지 않다. 많은 사람이 재난의 경험을 통해 실수를 배우고 대처할 방안을 발견했다고 믿지만, 실제 인류의 역사를 보면 재난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코로나19 팬데믹에서도 확인되듯 재난의 예측은 ‘회색 코뿔소’에서 ‘검은 백조’, 그리고 ‘드래곤 킹’으로 재난의 규모가 글로벌 수준으로 확산할 때까지 오류를 반복한다.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최신 저서 ‘둠(Doom)’에서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여 역사를 통해 반복되는 재난의 발생 패턴과 시스템을 규명하고자 한다. 7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책에서 퍼거슨은 화산 폭발, 전쟁, 기근, 타이태닉호의 침몰, 체르노빌 사건, 그리고 전염병에 이르기까지 미시적 수준에서 다양한 ‘재난의 프랙탈 기하학’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낸다. 모든 규모의 재난에서 항상 발견된다는 재난의 프랙탈을 설명하는데 볼테르, 맬서스, 센, 파인만 등 수많은 지식인과 네트워크 이론, 카산드라 계수, 정치적 무능의 심리학 등 다양한 이론을 소환하는데, 다소 과유불급처럼 보이는 이러한 박식함의 과시는 재난에 내재하는 혼돈과 복잡성의 문제를 만화경처럼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방대한 분량에 비해 퍼거슨은 인류사에 등장한 재난을 인재의 스킬라와 자연재해(천재)의 카리브디스 사이의 숙명으로 간주한다. 퍼거슨의 관점에 의하면 재난의 불확실성이 고전적 의미에서 비극이고 파국을 예고하기도 하지만, 재난의 프랙탈을 ‘재난스럽게’ 만드는 것은 재난의 위기관리와 같은 인재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드러난 도널드 트럼프와 보리스 존슨의 어처구니없는 정치적 판단, 챌린저호 폭발사건에서 드러난 NASA 중간관리자의 위험에 대한 과소평가 등에서 보듯, 퍼거슨은 위험에 직면한 인간의 행동, 특히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고, 상상력이 결핍되어 있으며, 위험을 과소평가하면서 전쟁이나 위기와 싸우려는 경향이 있고, 그러면서도 결코 실현 가능성이 없는 불확실성에 기대는 3류 정치인과 관료적 체계가 재난의 위기관리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보았다. 재난의 위험을 경고하는 수많은 카산드라들은 예측의 불확실성과 합리적 대응을 가로막는 이데올로기의 난립으로 재난의 숙명을 경고할 뿐 예방에는 한계를 보여 왔는데, 퍼거슨의 이러한 진단은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위험사회’의 발생 원인으로 언급한 전문가 집단의 ‘조직화된 무책임’과 상호보완적 의미를 가진다. 너무나 많은 개별 전문가들의 분석과 진단은 결국 3류 정치인과 관료제의 자기합리화와 정치적 선택에 악용되기 때문이다. 미래에 다가올 수많은 재난의 가능성을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퍼거슨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상의 것은 우리 사회가 ‘최소한 회복재생력을 갖춘 구조’ 즉, 위기에 오히려 더 강한 사회적·정치적 구조를 함의하는 ‘앤티 프래절’의 사회를 만드는 것임을 강조한다. 어떤 재난이든 그것을 경험하는 사람은 항상 전체 사회의 소수이고, 다가오는 재난을 회피할 수 없다면, 이 책은 재난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들이 공론장이라는 합리적 소통의 네트워크를 통해 재난이 ‘퍼펙트 스톰’으로 발전하지 않고, 회복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최상의 대책이라는 평범하면서도 역사적인 교훈을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