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표지이미지

- 청구기호: 320-21-14

- 서명: 정치란 무엇인가?

- 편/저자: 함재봉

- 발행처: H 프레스(2021-09)

서평
 정치의 본질을 찾기 위한 길잡이, 정치란 무엇인가
서평자
 신범철,경제사회연구원 원장
발행사항
 554 ( 2021-11-24 )

목차보기더보기

서문 「정치」 낯설게 하기
제1장 경제란 무엇인가?
제2장 정치란 무엇인가?
제3장 정치사상이란 무엇인가?
제4장 비극과 정치
제5장 복수 대 정치
제6장 철학이란 무엇인가?
제7장 정치 대 철학
결론 한국의 정치

서평보기더보기

민주주의는 인간의 모든 가치를 조화시키고, 모든 모순을 제거한 완벽한 사회는 건설할 수 없음을 아는 사람들이 생존과 공존, 최소한의 정의, 한시적인 평화를 위한 차선책으로 도입한 제도다. (p. 251) 정치를 이야기하면 모두가 공(公)적 영역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공적 영역에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참여하는 것인지 제대로 설명하는 말이나 글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 결과 우리는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택하고 있음에도 그 의미를 이해하고 실현하기보다는, 현실의 선거에서 어떻게든 승리하려는 모습이 정치의 본모습인 양 오해하고 있다. 『정치란 무엇인가?』는 정치의 본질을 찾기 위해 고대 그리스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정치의 기원과 사상적 발전, 정치 관행들과 정치가들의 행위를 담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정치(politics)는 가계․집안(oikos)과 구분하여,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한 사람들이 공적인 영역에서 하는 행위로 보았다. 당시 그리스인들은 경제영역을 해결한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했기 때문에 개인의 먹고 사는 문제보다 공동체가 결정해야 하는 문제를 주로 다루었다. 여기서 참여한 사람들은 각자 참여하여 본인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법을 직접 만들었고, 이것이 민주정의 출발이 되었다. 정치란 공적 영역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주인이라는 의식으로 토론과 합의를 통해 규범과 규칙을 만들어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책은 정치와 관련된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경제, 정치사상, 비극과 정치, 복수와 정치, 철학과 정치 등을 두루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민주주의는 무엇보다 ‘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유인들이 각자 평등하게 정치에 참여하기 때문에 특정한 누군가가 정치영역의 상위에 존재할 수 없다. 바로 이 ‘서로가 평등하다는 전제’로 인해 서로에게 폭력으로 의견을 강요하거나 조정할 수 없고, 결국 말을 통해서 서로를 설득하고 갈등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수사학(rhetoric)이 발달한 이유로 설명되며, 말과 연설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오늘날의 정치는 말로 하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과거 정치는 말보다는 글이 주를 이루었다. 명문의 글을 남기는 것이 유력한 정치인이 되는 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서로 치열하게 토론하며 말로 설득하는 것이 점차 일상화되고 있다. 문제는 우리 주변에 말을 잘하는 정치인을 찾기가 여전히 어렵다는 점이다. 그 결과 정치적 의사과정에서 토론보다는 다수결원칙을 강조하게 되고,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가 성숙한 정치를 만드는 것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통과시키기 위해 다수결로 결정하자. 이런 사고가 대한민국의 공적 영역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같은 맥락에서 저자는 공적인 영역에서 말이 사라지면서 민주주의가 후퇴를 겪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세시대 형이상학적인 종교와 철학이 만나 민주주의는 성장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 싹튼 민주주의적 사고는 미국에서 꽃을 피웠고, 훗날 대한민국에도 도입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여전히 한국은 말의 중요성을 잘 모르고 있다고 지적하며, 연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책의 말미에 수록되어 있는 역사적인 연설들의 내용은 이 책의 백미다. 저자는 불완전한 인간들이 인간의 불안전성을 절감하여 만든 민주주의는 설득과 투표를 통해서 유지된다고 보고 있다. 서로의 지식이 불완전함을 알기에 능력껏 자신이 가진 모든 지식과 최고의 수사를 총동원하여 상대방을 설득하되, 모두를 완전하게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투표를 통하여 사안을 결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요체로 보고 있다. 동시에 정치인은 예의, 우의, 겸양, 타협과 절제,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치란 무엇인가?』 이 책은 공적 영역에서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잡아주는 길라잡이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이 직면한 정치적 딜레마를 풀 수 있는 힌트를 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대한민국의 공적 영역 수준을 한층 올려야 한다. 많은 시민이 공적 영역에 참여하고 스스로 오만을 경계하며, 말을 통해 설득해 나가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 이 책에 수록된 정치에 관한 내용을 많은 이들이 접하고, 우리의 공적 영역을 어떻게 가꾸어 나갈 것인지를 같이 고민했으면 한다. 내년 3월 9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로 인해 정치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대한민국의 정치를 한층 성숙하게 만들기 위한 길은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하지만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미국 정치학자 로씨터(Clinton Rossiter, 1917-1970)의 말처럼 ‘민주주의 없는 한국은 없다. 정치 없는 민주주의는 없다. 정당 없는 정치는 없다. 타협과 절제가 없는 정당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