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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500-21-3

- 서명: (리처드 도킨스의) 영혼이 숨 쉬는 과학 : 열정적인 합리주의자의 이성 예찬

- 편/저자: 리처드 도킨스

- 발행처: 김영사(2021-04)

서평
 과학은 ‘인간 유도 미사일’을 만들지 않는다
서평자
 김성환,대진대학교 교수
발행사항
 548 ( 2021-1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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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과학의 가치관(들)
2부 무자비의 극치
3부 가정법 미래
4부 정신 지배, 화근, 그리고 혼란
5부 현실 세계에 살다
6부 자연의 신성한 진실
7부 살아 있는 용을 비웃다
8부 인간은 섬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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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쟁에서 보았듯이 이 최첨단 스마트 미사일은 미국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보통의 테러리스트에게는 경제적으로 접근 불가이고, 신정정부에게는 과학적으로 접근 불가이다. 더 값싸고 간단한 대안은 없을까? (p. 356) 걸프 전쟁에서 본 미국의 최첨단 스마트 미사일은 소형 컴퓨터로 세계무역센터 북쪽 타워로 가라는 명령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런 스마트 미사일은 비싸고 첨단과학이 필요하다. 심리학자 B. 스키너는 비둘기 유도 미사일을 연구했다. 이 미사일은 표적이 컴퓨터 화면 중앙에 있도록 키를 쪼는 훈련을 받은 비둘기를 조종실에 앉힌 것이다. 도킨스에 따르면, 비둘기 대신 사람을 앉히면 9.11 테러가 일어나고, 이런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이 종교다. 종교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위험한 헛소리를 가르친다. 순교자에게는 72명의 처녀 신부라는 특별 보상이 주어진다는 헛소리를. 주어가 과학인 책이다. 이런 책은 대개 재미없다. 하지만 도킨스는 현대 과학계에서 알아주는 입담 센 사람이다. 이 책은 차례대로 읽을 필요도 없다. 41개의 에세이를 모아 놓았다. 강연, 방송, 기사 등 출처도 다양하다. 에세이 제목을 보고 마음 가는 대로 골라 읽으면 된다. 나는 책 제목을 보고 놀랐다. 영혼이 숨 쉬는 과학(Science in the Soul)이라니. 도킨스는 유명한 무신론자 아닌가. 무신론자는 신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 신은 몸 없는 영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영혼이 과학에 살아 숨 쉬고 있다니? “50년 뒤: 영혼을 죽이다?”라는 에세이에서 의문이 풀렸다. 과학이 50년 쯤 뒤에는 사후에도 존속해 내세에서 행복 또는 불행을 겪는다는 인간의 영혼은 없다고 철저히 증명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다른 영혼도 있다. 이순신 장군의 혼이 깃든 거북선이라고 말할 때의 영혼이다. 이런 영혼은 뇌에서 비롯하지만 몸을 살아 있게 만들 수 있다. 책 제목은 과학에 영혼을 불어넣어 살아 있게 만든다는 뜻이다. 지구 밖 우주에 외계인이 있을 가능성을 타진하는 “지적인 외계인”이라는 에세이도 재미있다. 도킨스는 지적 외계인을 단순하게 인정하거나 부정하지 않는다. 이 주제를 과학 안에서 토론해보자고 제안한다. 도킨스는 지적 설계자가 신일 가능성을 부정한다. 그러나 지구 밖에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지구 외 지적 생명체 탐사(SETI)’라는 과학 프로젝트에 많은 돈을 지원하는 것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동물의 고통에 관한 에세이도 있다. 도킨스는 데카르트가 살아 있는 포유동물, 특히 개를 판자 위에 대못으로 박아놓고 해부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서평자인 나는『동물인지와 데카르트 변호하기』를 썼다. 우리가 치과에서 생니를 드릴로 갈면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 의식 고통이다. 그러나 마취하면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도 드릴로 갈면 “끄응”하고 신음한다. 신음하는 건 비의식 고통 반응이다. 데카르트는 의식 고통과 비의식 고통을 구별하고 인간 아닌 동물에게는 비의식 고통만 인정했다. 현대 과학에서도 동물이 고통을 의식할 수 있는지 없는지, 어떤 동물부터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동물의 고통에 관한 도킨스의 견해는 허술하다. 이렇게 비평하는 맛도 있다. “나는 나보다 잘 아는 교양 있는 지식인이나 엘리트주의자를 신뢰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될 자격을 실제로 갖춘 사람보다는 나와 비슷한 사람에게 투표하고 싶다.” 도킨스는 이런 사고 방식이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았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트럼프는 자신의 무지를 득표할 만한 덕목으로 과시하는 정치인이다. 도킨스는 기가 찬다. 우리는 비행기 조종사가 항공술을 배웠고, 외과수술 의사가 생리학을 배웠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한 나라를 이끄는 대통령을 뽑을 때는 중책을 맡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무지한 데다 무지를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을 선택하겠다니. 도킨스가 정치인과 유권자에게 하는 말도 음미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