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표지이미지

- 청구기호: 150.1952-21-4

- 서명: 상처받은 나를 위한 애도 수업 : 프로이트가 조언하는 후회와 자책에서 벗어나는 법

- 편/저자: 강은호

- 발행처: 생각정원(2021-04)

서평
 자유로워지기 위한 여정으로의 안내
서평자
 김다인,서울시립대학교 강사
발행사항
 545 ( 2021-09-15 )

목차보기더보기

1장 아파하되 자책하지 말 것
내 탓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
‘아직도 모자라. 더 열심히 해야 해’
‘내가 모르는 나’에 대한 공포
슬픔을 대가로 자유를 얻다

2장 충분히 분노하고 온전히 슬퍼할 것
감정의 둑을 무너뜨리는 일
사랑인 줄 알고 삼킨 것들
나를 붙드는 당연한 두려움
어디까지 문제인지 파악하기

3장 오직 나를 위해 울 것 공허한 내면을 채우는 법
감출수록 나빠진다
반복되는 이 길을 빠져나가는 방법
몸과 마음이 말하는 모든 이야기를 듣기

4장 비로소 자유로울 것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하여
마음속의 ‘가드’ 내리기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곳 찾기
리셋이 아닌 리페어의 삶

서평보기더보기

우리를 자유롭지 못하게 만드는 궁극적인 사슬과 족쇄는 대개 우리 안에 있다. (p. 71) 어느 모델에게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하는 게 힘들지 않냐고 질문하자 그는 운동을 하면 내 몸이 변해 가는 걸 볼 수 있다면서 스스로 나를 변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인 운동이 어떻게 재미있지 않을 수 있냐고 반문했다. 개인적으로 운동을 해서 신체를 변화시켜 본 적은 없지만 이 모델의 말에는 공감할 수 있었다. ‘나를 바꾼다’는 것만큼 뿌듯한 일이 없다. 저자 역시 “내가 나 자신을 바꿀 수 있다는 것, 이것만큼 삶에서 매혹적이고 감동적인 것도 없다”(p. 12)고 말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내 삶에서 무언가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거나 무언가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바꾸는 일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나를 바꾸기는커녕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럼에도 나를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혹은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은 확실한데 그 실체를 알지 못하겠다는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작가는 내담자의 사례뿐만 아니라 역사적 인물, 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 등의 주인공 이야기와 다양한 사례를 들어 변화의 여정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인간은 타인의 일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갖고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드라마 속 인물들의 행동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왜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너무나도 쉽게 명쾌한 답변을 제시하는 것은 남의 삶이기 때문이다. 이런 객관적인 눈을 나의 내면으로 돌리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나는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 작가는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 자신을 알아야만 나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렇게 나 자신을 알고 받아들여야만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그로 인해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신분석은 이러한 물음들에 대하여 자신의 삶과 마음에 대한 ‘내러티브(서사)’를 써 내려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최종 종착점은 ‘진정한 자유로움’이라고. 우리는 모두 자유 의지가 있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진정으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의 감정과 행동으로 나를 파괴시킨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렇게 나를 받아들이고 자유로워지기 위한 과정을 작가는 ‘애도’의 과정이라 명명한다. 현재의 나는 과거로 구성되었다. 그 과거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과거뿐만이 아닌, 잊어버린 과거, 잊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과거, 잊어버린 척하는 과거까지 모두 포함한다. 이를 직시하고 충분히 분노하고 슬퍼하는 애도의 과정을 통해서만 자유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 내가 안고 있는 문제 해결의 열쇠는 내 안에 있는 것을 저자는 강조한다. 나를 바꾸는 일이 아무리 힘들다고는 하나 세상을 바꾸는 일보다는 실현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이는 희망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고.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프로이트적 해석을 흥미롭게 제시한다. 그렇다고 해서 프로이트의 관점을 강요하는 책은 아니다. 책의 부제처럼 프로이트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조언을 따라 내 안에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만드는 사슬과 족쇄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며 애도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 하지만 책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애도해야 하는지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은 아니다. 사실 가르쳐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람마다 타고난 성향, 살아온 삶, 안고 있는 과거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 해답이 존재할 수 없다. 저자 역시 꿈 해석을 일률적으로 하는 ‘해몽’과 비교하며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성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여러 사례들을 남의 이야기 보듯 따라가다 보면 ‘A 사례의 이 부분은 나와 똑같네, 하지만 이 부분은 달라. B의 이 부분은 나에게도 있는 것 같아’라면서 서서히 객관적 시각을 깨우치게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객관적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알아가며 자유로워지기 위해 거치는 애도의 과정을 도와주는 것이 정신분석이나 정신상담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스스로가 우울하고 고통 받고 있다는 자각조차 하지 못한 채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스스로를 족쇄에 가둬 놓은 사람은 본인이 고통 받을 뿐만 아니라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도 괴롭게 하고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뜰 필요가 있다. 특히 이 책에는 어린 시절과 부모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부모 스스로가 해결하지 못한 족쇄 때문에 아이들의 인생에까지 족쇄를 채우게 되는 것이다. 결국 애도의 과정은 나뿐만이 아닌 가족을 위해서도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이 책은 나를 위해서 읽어야 하고, 부모라면 줄을 치며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