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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기호: 302.2-10-18

- 서명: 공감의 시대

- 편/저자: Jeremy Rifkin

- 발행처: 민음사(2010-10)

서평
 분산적 자본주의, 협력적 교육, 생물권 의식에 기반한 공감의 문명 건설
서평자
 김 준,국회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장, 서울대학교 사회학 박사, 전 성공회대학교 교수
발행사항
 6 ( 2010-1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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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호모 엠파티쿠스
1. 인류사에 감추어진 역설
2.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로운 견해
3. 생물학적 진화에 관한 감성적 해석
4. 인간이 되어 가는 과정
5. 인류 여정의 의미를 재고하며

2부 공감과 문명
6. 고대 신학적 사고와 가부장적 경제
7. 국제 도시 로마와 기독교의 발흥
8. 중세 말의 연(軟)산업혁명과 휴머니즘의 탄생
9. 근대 시장경제의 이데올로기적 사고
10. 포스트모던의 실존적 세계에 담긴 심리학적 의식

3부 공감의 시대
11. 세계적 공감의 정상을 향한 등정
12. 지구촌 엔트로피의 심연
13. 분산자본주의 시대의 여명
14. 즉흥적 사회에서의 연극적 자아
15. 절정에 이른 경제의 생물권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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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제러미 리프킨은 ‘종말 시리즈’를 비롯한 많은 저서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는 행동주의 철학자이자 미래학자이다. 그는 『엔트로피』에서 에너지와 자원을 무절제하게 낭비하는 세태를 통렬하게 비판하면서 저에너지-저엔트로피 사회를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고, 『육식의 종말』에서는 식육을 얻기 위한 축산업의 팽창이 인간·문명·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노동의 종말』에서는 정보화·자동화 등 기술의 발전이 노동력에 대한 수요를 점차 감소시켜 결국에는 실업과 빈곤의 반연을 초래할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 전망과 더불어 일자리 나누기, 제3섹터의 개발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소유의 종말』에서는 시장의 시대가 가고 네트워크의 시대가 도래하며, 그에 따라 소유의 시대가 끝나고 접속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설파했다. 가장 최근의 『유러피언드림』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시장 경쟁을 통한 성취를 지향하는 ‘아메리칸 드림’의 쇠퇴를 지적하면서, 공동체적 가치, 문화적 다양성, 삶의 질, 환경보존과 지속가능한 발전, 보편적 인권과 자연의 권리, 다원적 협력 등을 지향하는 유럽모델의 장점을 설파한 바 있다. 이번에 발간한 『공감의 시대』는 그의 총괄적 결론이라고 할만한 것이다. 본문만 무려 76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은 공감(empathy)을 키워드로 서양의 역사와 문명, 철학과 이념을 종횡으로 넘나들며 자신이 기존의 저작에서 주장해왔던 것을 하나로 꿰고 있다. 제1부에서는 공감의 본질과 그 역사에 대해 논하고 있다. 공감 능력은 인간만이 아니라 포유류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다른 주체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사회의 선진화와 협력적 교육에 따라 증가한다. 그러나 인류의 발전은 동시에 복합적 에너지 소비형 삶의 형태를 가속화시켜 결국 인류를 멸종의 문턱까지 몰아붙이고 있다. 이러한 모순에 대한 해법으로 그는 에너지를 덜 소비하면서 보다 상호의존적인(보다 공감적이며 보다 글로벌 의식적인) 문명을 제시한다. 제2부에서는 고대로부터 포스트모더니즘 사회에 이르기까지 장구한 세월에 걸친 인간의식의 역사를 탐구한다. 여기에서 그는 인간의 의식이 신화적 의식, 신학적 의식, 이념적 의식, 심리학적 의식 등을 거치며 마침내 보다 더 보편적인 공감적 포용능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본다. 제3부에서는 공감의 범세계적 확산을 보여주는 다양한 증거들과(긍정적 가능성), 엔트로피의 증가, 지구온난화, 핵 아마겟돈, 대량살상용 병원체의 확산들이(부정적인 현실과 가능성) 대비되어 제시된다. 그는 이러한 끔찍한 결과들을 낳는 ‘2차 산업혁명’이 막을 내리고 바야흐로 ‘3차 산업혁명’의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재생가능한 에너지, 발전소 건물, 재생가능한 에너지의 저장법, 스마트 그리드(지능적 전력교환망) 등을 기둥으로 하는 네트워크적인 분산자본주의가 그가 생각하는 대안이다. 그리고 그는 이 모든 것을 이루고 실천할 주체로서 ‘밀레니엄세대’에 주목하고, 이들을 공감적 능력이 충만한 세대로, 소유가 아닌 접속을 지향하는 인간들로, 생물권의식을 가진 주체로 키워내는 협력적 교육과 학습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매우 쉽게 읽힌다는 점이다. 수많은 예화와 다양한 인류의 지적 유산을 종횡으로 오가는 점도 글 읽기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굳이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정독하지 않고, 어느 쪽을 펼쳐서 읽더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유용한 지식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반면에 리프킨의 그 간 저작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이 책이 그 간의 주장의 지루한 반복이라고 생각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결론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올바른’것일 뿐 새로운 통찰력을 주는 것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시종일관 서양 문명의 관점에서만 인류의 역사를 바라본다는 것도 이 책의 한계로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