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책평가는 독특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1960년대 초 평가제도가 도입될 시기에는 세계의 최빈국이었으나, 지금은 국내총생산(GDP)의 순으로 보면 세계 15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이같은 괄목할 만한 발전의 이면에는 평가제도가 기여한 바도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의 동력이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라고 한다면 이 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한 제도가 바로 평가제도였기 때문이다. 본 연구의 2006년 도입된 정부업무평가제도의 운영경험을 정리한다. 연구를 위해 필요한 자료는 대체로 정부업무평가위원회로부터 수집하였고, 필요한 경우에는 각 부처의 협조를 얻어 필요한 자료를 제공받았다. 정부업무평가 과정을 위해 활용된 자료는 2011년과 2012에 생산된 자료였다.
본 연구는 6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에서는 현행 정부업무평가제도의 발전과정을 정리하였다. 한국에서 정책평가제도가 최초로 도입된 시기는 경제개발 정책이 국가 이데올로기로 여겨지던 1961년이다. 그 후 정책평가제도는 세 번의 패러다임 변화가 있었다. 심사평가제도, 정책평가제도, 정부업무평가제도로 이어지는 패러다임 변화는 그 시기에 맞는 소임을 다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심사평가제도는 박정희 정부에서 도입하여 노태우 정부 말까지 이어진 제도로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성공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집행과정을 평가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노무현 정부에서 정부업무평가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정책평가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었다. 정책평가는 기관평가에서 자체평가제로 전환되었다. 또한 평가와 성과관리를 연계시키는 틀이 마련되었다. 또한 각 부처에 개별적으로 산재되어 있던 각종 평가가 정부업무평가라는 하나의 틀에서 운영되도록 함으로써 평가부담을 경감시키는 역할도 함께 수행하였다.
제2장에서는 현행 정부업무평가의 제도와 틀을 소개하였다. 한국의 정부업무평가제도는 자체평가, 통합평가, 그리고 성과관리를 지향하는 평가제도이다. 자체평가를 실시하기 때문에 각 부처는 외부기관에 의해서 평가 받지 않고 스스로의 업무를 스스로 만든 지표와 일정에 따라 평가하는 특성을 가진다. 자체평가이기 때문에 정책관리, 행정역량관리, 조직인사관리와 관련된 과정과 활동을 부처 스스로가 평가하고, 성과관리를 지향하기 때문에 평가결과를 개인과 조직의 인센티브에 연결시키며, 통합평가를 지향하기 때문에 예외적 사항을 제외하고는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운영하던 평가를 정부업무평가의 틀 아래에서 평가를 실시한다. 정부업무평가를 수행하는 중추적 기관으로는 국무총리실의 정부업무평가위원회(정평위), 각 중앙부처의 자체평가위원회, 그리고 국무총리실의 정책분석평가실이 유기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
정평위는 최고 평가기관이자, 공식적 평가자(evaluator)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각 부처의 자체평가를 감독하고, 직접 특정평가를 실시하는 역할을 한다. 정평위는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국무총리와 민간위원 중 한 명이 겸하는 공동위원장 제도이다. 중요한 회의는 국무총리가 회의를 주재하며 일상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민간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한다. 정부업무평가와 직접 관련이 있는 정부부처의 장관은 당연직 위원이다. 2012년 현재 행정안전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이 당연직 정부위원이다. 민간위원은 대학, 연구기관, 시민사회단체 및 언론기관에 종사하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임기는 2년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정평위는 국무총리실 산하의 정책분석평가실의 지원을 받는다. 정책분석평가실은 국무총리실의 조직이며, 이 실은 정평위를 보좌하고 정부업무평가의 실무작업을 직접 수행한다. 정책평가실은 1실 3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앙행정기관, 즉 각 부처는 정부업무평가기본법에 따라 자체평가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자체평가위원회에서 각 부처의 정책 및 관리활동에 대한 평가를 수행한다. 부처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자체평가위원회의 위원은 각 부처 장관이 임명하며, 10~30명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대체로 임기는 2년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자체평가가 정책관리, 행정역량, 그리고 재정성과로 그 영역이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자체평가위원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어느 영역에서 활동할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구성하고 있다.
제3장에서는 정부업무평가의 유형을 소개한다. 정부업무평가제도는 기관을 중심으로 그 유형을 분류할 수도 있고, 평가의 성격에 따라서도 그 유형을 분류할 수 있다. 기관을 중심으로 분류하면 중앙정부의 평가, 지방자치단체의 평가, 그리고 공공기관 평가로 구분할 수 있다. 성격을 중심으로 분류하면 자체평가, 특정평가, 지방자치 단체 평가, 그리고 공공기관 평가로 나누어진다. 이 두 가지 분류방식을 동시에 활용하면 아래의 그림과 같이 그 유형을 설명할 수 있다.
자체평가의 평가대상은 정부업무평가제도가 출범할 당시에는 5개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주요정책, 재정성과, 인사관리, 조직관리, 그리고 행정정보화를 대상으로 자체평가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정부조직개편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 대상영역도 세 개로 압축되었다. 현행 자체평가는 주요정책, 재정성과, 그리고 행정역량으로 분류하여 실시되고 있다.
특정평가는 정평위가 중앙 부처의 주요 정책을 직접 평가하는 유형이다. 주요 정책은 사회적으로 현안이 되는 정책이나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 정책이 평가 대상이다. 특정평가 대상은 정부가 교체 될 때마다 바뀔 수 있고 해마다 일부가 바뀔 수도 있다. 2012년 현재 7개 영역이 특정평가의 대상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정책관리역량, 정책홍보, 일자리창출, 녹색성장, 규제개혁, 국민만족도, 주요 정책과 같은 7개 영역이 그 대상이다. 정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특정평가의 대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정책도 있었다. 정책홍보, 규제개혁, 국민만족도, 그리고 특정시책이었다. 비록 특정시책이 주요정책으로 이름이 바뀌기는 했지만 이 네 가지 정책은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 걸쳐서 시행되는 특정평가 대상이었다. 특정시책 혹은 주요정책은 특정평가의 특징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평가대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공공기관 평가는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기금관리, 연구기관, 그리고 지방 공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평가유형이다. 각 유형별로 평가총괄기관이 있고, 이 총괄기관에서 평가를 실시한 후에 정평위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평가가 진행된다. 공공기관 평가의 최고평가기관은 정평위이지만 공공기관을 관리하는 주무부처가 평가총괄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한다는 특징이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로부터 위임사무를 집행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중앙정부는 이 위임사무의 성과에 관한 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 위임사무는 개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와의 관계에서 그 평가가 이루어져왔지만 수십 개에 이르는 중앙부처가 개별적으로 평가업무를 수행할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에 과중한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행정안전부에서 이 평가업무를 모아서 평가를 실시한다. 이것을 지방자치단체 합동평가라고 지칭한다.
제4장에서는 정부업무평가의 운영을 정리하였다. 자체평가는 당해 연도 1월에 시작하여 그 다음해 6월까지 모두 끝난다. 자체평가는 정책과정평가, 행정역량평가, 그리고 재정성과평가로 분류되어 있고, 평가총괄기관도 각기 다르며, 평가운영절차도 각기 다르다. 국무총리실이 평가총괄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정책과정 평가와 행정안전부가 평가총괄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행정역량평가는 그 평가주기가 유사하다. 각 부처는 7월에 당해 연도 상반기 자체평가를 실시하고, 다음해 1월에 자체평가를 완료한다. 그렇지만 기획재정부가 평가 총괄기관 역할을 수행하는 재정성과 평가에 관한 한 각 부처는 다음해 2월에 자체평가를 실시한 후 4월에 완료하고 6월까지 정평위에 보고한다. 자체평가지표는 세 개의 자체평가 영역에 따라 차이가 있고, 부처마다 차이가 있다. 정책과정평가에 관한 자체평가 지표는 계획, 집행과정, 성과, 효과, 환류 등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정잭과정평가의 지표구성은 부처마다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었다. 정책과정평가의 자체평가에 관한 한 국무총리실이 평가총괄기관의 역할을 수행한다.
특정평가의 경우 7개 평가영역에 따라 평가지표가 다르고 평가총괄기관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다만 국민만족도 평가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표에 의한 평가를 실시하고 있었고, 평가지표는 정책형성, 정책집행, 그리고 정책성과와 관련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었다. 국민만족도 평가는 설문지를 기초로 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실시하며, 정부 출연기관으로서 한국행정연구원이 이 업무를 대행한다.
지방자치단체 평가는 행정안전부가 합동평가 위원회를 구성하여 평가를 실시한다. 합동평가위원 회는 행정, 사회복지, 보건위생, 지역경제, 지역발전, 문화관광, 환경산림, 안전관리, 기타 프로그램으로 나누어 평가를 실시한다. 2012년에는 행정안전 분야에서 6개, 사회복지에서 4개, 보건위생 분야 에서 5개, 지역경제 분야 3개, 지역발전 분야 3개, 문화관광 분야 4개, 환경산림 분야 6개, 안전관리 분야 3개, 기타분야 4 개로 나누어 평가를 실시하였다. 평가는 8개 영역별로 배점 100점 만점으로 실시하며 구성지표의 수는 과제별로 다르다. 문화관광 분야의 관광객 유인과 같이 지표가 1개인 경우도 있지만 사회복지 분야의 여성 및 가족복지에서처럼 지표가 11개로 구성되어 있는 대상과제도 있다.
공공기관 평가에 포함되는 대상기관은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기금관리, 연구기관, 지방공기업, 그리고 지방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다. 대상기관별로 지표에 의해 평가를 실시하며 각기 평가절차도 다르다. 인센티브 방식도 또한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의 평가의 최고 평가기관은 정평위이지만 기획재정부 중심으로 실시된다. 기획재정부에서는 공공기관평가위원회를 조직하여 평가를 실시한다. 지표에 의하여 평가를 실시한 후 현장실사를 하는 방식으로 평가가 진행된다. 평가결과는 S, A, B, C, D, E와 같이 6등급으로 분류한다. 2012년도의 경우 109개 기관을 중심으로 평가한 결과 S 등급을 받은 기관은 1개로서 전체의 0.9%였고, A등급을 받은 기관은 17개로서 전체의 15.6%를 차지하고 있었다. D등급이나 E등급을 받아 예산삭감의 위기에 처한 공공기관은 모두 14개로서 그 비중은 12.8%였다.
제 5장은 정부업무평가제도의 환류에 관하여 정리하였다. 정부업무평가제도에서 인센티브를 포함한 성과관리시스템은 평가유형에 따라 다르다. 자체평가의 인센티브는 물론 해당 부처가 관리하지만 범부처의 차원에서는 평가 총괄기관이 관리한다. 정책 과정 평가는 국무총리실과 정평위, 재정성과는 기획재정부, 그리고 행정역량은 행정안전부에서 관리한다. 그렇지만 자체평가 결과는 조직구성원의 인센티브뿐만 아니라, 정책개선 및 조직발전에 활용된다. 정책관리 분야의 자체평가 결과는 정책개선에도 활용된다. 특히 평가 결과 미흡과제가 발견되면 개선 및 보완활동 여부에 대한 사항을 다음 해의 평가에 재평가 받기 때문에 자체평가 과정 자체가 정책개선에 연결된다. 조직인사 분야의 자체평가 결과는 조직발전에 활용됨으로써 그 역할을 수행한다. 40개 중앙 부처에서 근무하는 고위공무원의 34% 정도가 보수의 인센티브에 영향을 받고 있다. 중간간부급의 31%가 인센티브 보수체계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일반 공무원의 21%가 인센티브 시스템의 영향을 받고 있다.
특정평가는 국무총리실과 정평위가 직접 실시하는 평가유형으로서 국무총리실과 정평위에서 인센티브에 대한 관리를 한다. 지방자치단체 평가는 행정안전부가 인센티브 관리를 한다. 공공기관 평가의 경우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평가는 기획재정부가 인센티브 관리를 하지만 나머지 유형에 대한 인센티브 관리는 해당 평가총괄기관이 실시한다. 우수기관으로 평가를 받을 경우 상금이 주어지고, 미흡기관으로 평가를 받을 경우 자문을 받아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평가는 행정안정부가 중심이 되어 해당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 한다. 특정평가와 마찬가지로 우수기관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고, 미흡 기관에 대해서는 자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별로 우수사례를 모아 우수사례집을 발간하고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공공기관 평가의 환류제도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차기 연도의 예산 반영 방식이다. 공공기관 평가총괄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기획재정부의 경우 우수기관으로 평가받은 기관에 대해서는 예산 증액을 실시하고, 미흡 등급을 받은 기관에 대해서는 10% 정도의 예산을 삭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6장에서는 성과와 전망을 제시하였다. 성과는 첫째, 정부업무평가제도는 중장기 전략계획을 바탕으로 연간 성과계획을 작성하여 운영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이 관행화되어 장기전략계획과 단기계획이 맞물리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 개발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는 사실이다. 둘째, 정부업무평가시스템은 중앙정부에만 해당되는 제도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까지도 해당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이 평가시스템을 활용함으로써 종적으로는 국가정책이 어떻게 입안되어 집행되고 평가받는지를 이해할 수 있고, 횡적으로는 중앙부처와 중앙부처,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도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공무원이 스스로의 업무와 정책을 어떻게 입안하여 집행하고, 집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을 모니터링하며, 최종적으로 평가하는지에 대해 업무를 하면서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는 시스템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넷째, 한국의 정부업무평가제도는 단순한 평가제도가 아니라, 평가제도와 성과관리가 연계되어 있는 시스템이며, 이를 운영과정을 통하여 체감한다는 점도 성과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성과뿐만 아니라 문제점도 발견되었다. 정부업무평가제도는 제반 중앙정부 활동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그리고 공공기관의 활동까지도 포함시켜 그 평가작업을 일관성 있게 실시하려고 하다 보니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발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업무평가제도에 의하면 최고의 평가기관은 정평위임에도 불구하고 최고평가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을 인지 할 수 있었다. 평가총괄기관에 위임하는 경우가 더 많고, 평가업무의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최고 평가기관으로서의 정평위의 위상이 평가실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라기보다는 심의기능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자체평가 제도도입을 원하는 국가에게 제시하고자 하는 제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자체평가는 의미있는 평가모형이었다. 자체평가를 실시하도록 함으로써 평가가 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체평가만으로 평가의 목적을 달성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한국에서처럼 자체평가에 특정 평가를 혼용한다면 상호보완작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평가의 목적도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자체평가는 각 부처의 정책관리, 조직관리, 인사관리, 그리고 재정성과 관리와 같은 일상업무에 대한 평가를 하도록 하고 특정평가는 여러 부처에 걸쳐 있거나 사회적 현안이 되는 정책을 보다 장기적이고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평가하도록 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평가가 평가결과를 생산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큰 의미가 없다. 한국의 사례에서와 같이 평가결과가 인센티브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