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 있어 상(像)은 어떤 존재인가? 본 논문은 이후 ‘밀교’라고 칭하게 되는 대승불교의 새로운 움직임 속에서 불상에 대한 기존 생각이 어떻게 다변화되고 발전했는지를 살펴본 글이다. 상 제작 초기 단계의 불상은 기본적으로 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졌으며, 2세기 후반 한역(漢譯)된 『반주삼매경』이나 5세기 초 한역된 『관불삼매해경』에서는 삼매(三昧)를 얻기 위한 관불(觀佛) 수행을 돕는 존재로 그려졌다. 반면 5-6세기 중국에서 한역된 초기 밀교계 경전에는 상의 의미와기능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제시되었다. 새로운 변화는 상에 공양을 올리며 주문이 결부된 의례를 행하면 상이 있는 곳에 신이 나타나 소리를 내며 의례를 행하는 자를 위로하고 소원을 들어준다는 것이다. 신이 현현(顯現)했음을 알리는 증거로서 상은 진동하기도 하는데, 본 논문에서 필자는 이와 같은 출성(出聲)과 진동, 현현이 구체화되는 양상을 5-6세기 한역된 『대방등다라니경』, 『무량문파마다라니경』, 『대길의신주경』, 『모리만다라주경』을 통해 살펴보았다. 6세기 후반에 한역된 『십일면관세음신주경』에서는 이 과정이 더욱 정교하고 체계화된 형태로 구성되었다.
아울러 본 논문에서 필자는 초기 밀교계 경전에 보이는 새로운 불상관이 고대 중국 불교도들의 상(像) 경험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았다. 『속고승전』을 비롯한 중국 찬술 불교 문헌에는 빛을 내고 땀을 흘리는 불상의 신이담(神異談)이 많은데, 점차 소리와 진동, 현현의 요소가 더해졌음이 확인된다. 특히 십일면관음과관련된 일화에서는 경전에 묘사된 상서(祥瑞)들이 비교적 유사한 방식으로 경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신자의 기도나 주문에 따라 상에서 색신(色身)을 내보이는관음보살상 이야기가 당 현장(玄奘)의 『대당서역기』에도 여럿 등장하는데, 그중 마음대로 관음보살을 불러올 수 있는 수심다라니(隨心陀羅尼)의 위력과 653년 현장의 권유로 지통(智通)이 한역한 『관자재보살수심주경』, 그리고 지통의 관음 현현 일화와의 연관성은 매우 주목되는 사항이다. 초기 밀교계 경전에 설해진 불상의 의미와 기능은 6세기 이후부터 제천(諸天)과 야차, 사천왕 등 신중(神衆) 조상이 증가하며 7세기 이후부터는 십일면관음상이 유행하는 데에 중요한 배경이 되었으며, 또한 주문이 결부된 존상(尊像) 숭배의 장을 여는 계기가 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