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세(李榮世, 1618~1698)가 남긴 성균관에서의 수업 일기로 『반궁일기(泮宮日記)』가 있다. 이 일기는 성균관에서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자료이다. 『반궁일기』에는 성균관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던 활동 양상과 그 가운데 교유하였던 많은 인물들이 열거되어 있다. 조선 최고 공교육 기관인 성균관의 17세기 교육 양상을 보여주는 희귀한 자료이다.
조선후기는 생원·진사들의 성균관 체재 조건이 사라지면서 서원에서 공부한 이들이 가문을 배경으로 한 배타적인 혜택 속에서 곧바로 과거 시험을 통해 관직 생활에 들어가면서 차츰 사회적 탄력성을 잃어버렸다. 『반궁일기』는 17세기 초 조선의 젊은 유생들이 성균관 경험을 통해 상호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영세는 당쟁이 차츰 격화되어 가는 시기에 성균관 생활을 통해 경향 각지의 인물들과 폭넓게 사귀어 세상을 다양하게 보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이 일기 자료는 조선중기 성균관의 반궁 생활상을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영세의 개인적인 인적 관계망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자료는 17세기 지방에 거주하였던 유학자의 인적 관계망을 보여줌으로써 당시 사회의 확장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조선후기에는 성균관의 교육과정이 없이 과거를 바로 볼 수 있도록 하면서 사회적 확장성이 사라지고 특정 벌열 집단이 권력을 독점적으로 향유하는 닫힌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