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오가이가 러일전쟁 후 스바루에 발표한 『반나절』(1909.3) 은 구어체로 쓰인 최초의 근대소설이다. 본 연구는 작품에 묘사된 집의 문제가 메이지 시대의 ‘집’의 변용이라 상정하고 다카야마 박사 부부나 고부갈등을 이에제도를 뒷받침하는 메이지 민법상의 효도의 의미와 여성권리 차원에서 논했다. 『반나절』에서 집안의 회계를 담당하는 시어머니에 대해 불만을 품은 다카야마 박사의 아내는 결혼한 여성의 미덕으로 요구되는 ‘현모양처’도 ‘가부장적 명령복종’도 ‘효’를 전제로 구성된 ‘가족주의’도 거부한다. 가족의 정서적 결합을 거부하는 아내 때문에 발생한 다카야마 가문의 갈등은 ‘충’과 ‘효’를 중시하는 이에제도와 메이지가 지향한 국가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들게 된다. 모리 오가이가 『반나절』을 집필한 배경에는 러일전쟁 이후의 민주적 풍조에 힘입어 대두된 개인주의와 여성해방운동이 있었다. 본 연구는 모리 오가이가 『반나절』에서 주인공의 아내를 내세워 그동안의 인습을 물리치고 새로운 삶을 추구하는 여성상을 그려낸 것과 1896년 개정된 민법에서 여성의 권리는 ‘현모’에 대한 요구만 강조되었을 뿐 민법적으로는 준 금치산자와 동일하게 취급되어 무력화된 존재임을 고부갈등의 형태로 묘사했다고 고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