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가사를 통해 부부의 정서가 표출된 면모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되 부부 이별이라는 문제적 상황에서 아내와 남편이 어떤 대응을 보여주고 그 과정 속에서 정서는 어떻게 표출되었는지 살펴보는 데 목적을 두었다. 무엇보다 가사 양식을 활용하여 부부가 마음을 전달하고 소통하고자 한 점에 주목하였다.
부부의 이별 상황을 사별과 생이별로 나누면 먼저 사별의 상황 중에서 남편과의 사별을 다룬 작품을 들 수 있다. 이들 작품은 과부가류 가사라 명명할 수 있고 특히 청춘과부의 사연을 담은 경우가 많은 것이 확인된다. 남편을 따라 자결을 선택한 여성의 작품도 있는데 이는 절명가사라 명명된 바 있다. 한편 아내와의 사별을 다룬 작품도 여러 편 전하고 있는데 이들 작품은 고분가류 가사라 명명할 수 있다.
생이별의 상황을 다룬 작품은 먼저 남편과 이별 후 오랫동안 홀로 지낸 여성의 사연을 담은 작품을 들 수 있다. 여기에는 불가피한 사정이 개입된 경우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 그 개별 사정이 다양하다. 한편 서류부가혼의 전통 혼속에서 부부가 떨어져 있는 시기에 편지(상장) 형식으로 가사를 지어 전달한 경우도 있는데 이들 작품은 상장가류 가사라 명명된 바 있다.
이러한 부부 이별의 개별 상황에 따라 작품의 특징이 발견되는데 첫째, 과부가류 가사의 경우 청춘과부가 거듭되는 이별의 참담함과 그리움을 토로한 점이다. 인생을 함께 할 존재의 상실이 초래하는 심각성이 작품에 잘 드러난다. 둘째, 고분가류 가사의 경우 상처한 남성이 맞닥뜨린 자녀 양육의 현실 문제와 죽은 아내에 대한 고마움이 부각된 점이다. 어린 자식을 키워야하는 아버지의 고민이 반영되어 있는가 하면 자신을 성장하게 해준 아내를 고마운 존재로 기억하는 면모가 발견된다. 셋째, 남편과 이별 후 오랫동안 홀로 지낸 여성의 사연을 담은 작품의 경우 이별 상황의 수용 여부와 관련하여 부부의 신뢰 문제가 노출된 점이다. 납득할 만한 불가피한 사정이 없이 이별하게 된 경우는 부부 관계에 균열이 생기게 되는 계기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넷째, 상장가류 가사의 경우 재회를 소망하고 부부간에 의사소통의 노력을 보인 점이다. 떨어져 있는 기간에 가사를 주고받은 점에서 부부가 서로 소통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처럼 가사에서 부부 이별의 개별 상황에 따라 부부가 대응하고 정서를 표출한 면모는 다양하게 포착된다. 여러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점은 부부의 인연을 아름답게 가꿔가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인데 이는 곧 행복한 삶의 욕망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부부의 인연을 소중히 하고 관계를 잘 맺어나가는 것이 행복한 삶의 가장 기초가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오늘날에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