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조선 전기 시조 연구사 100년을 점검하고 향후 요청되는 과제에 대해 정리해 본 것이다. 현황 점검의 경우 지난 100년간의 조선 전기 시조 연구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졌다고 판단되는 강호시조, 오륜가, ‘오ᄂᆞ리’, 기녀시조 등을 중심으로 연구사적 흐름을 정리하였다.
조선 전기 시조 연구사는 강호시조 연구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강호시조 연구가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조윤제의 강호가도론으로 시작된 강호시조 연구는 최진원에 의해 훨씬 심화되기에 이르렀는데, 그 핵심은 귀거래한 사대부가 강호에서 발견한 자연미의 성격을 탐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연구 방향이 확장성에 한계를 드러냄에 따라 강호가도의 개념과 범주를 확대하는 새로운 시도가 나타나게 되었는데, 그 선구자는 김흥규였다. 그는 강호가도 또는 강호시조의 범주를 훨씬 넓게 파악하고 그 내부에 존재하는 개별적 차이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렇게 시작된 강호시조 연구의 새로운 경향은 이후 큰 흐름을 형성하게 되었다.
연구사 현황 검토에 이어 질문이 필요한 과제 두 가지를 제시하였다. 우선 시조사의 전개를 만대엽→중대엽→삭대엽의 단선적 구도로 파악하는 것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시조사의 초기적 국면에서는 각기 다르게 불리는 다양한 형식의 연시조가 존재했고, 형식적 제약이 느슨한 단가 형태의 노래들도 복수로 존재했다. 이들이 후대 어느 시점에 시조라는 동일 범주로 묶여 갔을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이른바 ‘가창의 필요성’에서 시조의 존재 이유를 찾는 것과 관련하여 자칫 이것이 시로서의 시조의 문학성을 간과할 위험성이 있음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노래로서 시조를 짓는 관습과 시로서 시조를 짓는 관습이 공존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노래로서 시조가 갖는 특성과 시로서 시조가 갖는 특성을 제대로 규명해 내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