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그동안 제시된 인공지능의 젠더 편향 해결 방안이 효과적인지, 그 방향성이 타당한지에 대한 물음을 탐구하고자 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공지능 기술인 디지털 어시스턴트는 기본적으로 여성으로 설정되었다. 글로벌 기술회사는 남성 소비자를 중심으로 디지털 어시스턴트의 목소리를 여성으로 설정하여 개발하고 보급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여성화된 디지털 어시스턴트가 기존의 젠더 불평등을 유지할 뿐 아니라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디지털 어시스턴트의 목소리는 여성이 친절하고 유순하며 순종적이라는 젠더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성적 괴롭힘에 대한 잘못된 태도를 양산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디지털 어시스턴트의 여성화는 기술회사가 압도적으로 남성 인력에 의해 구성되었기 때문인데, 다른 전문 분야와 비교할 때, 인공지능 기술 분야에서 젠더 격차는 심각한 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방면의 국제적, 국내적 노력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여성 음성으로 설정되는 관행을 없애고, 젠더 중립적인 디지털 어시스턴트 개발을 모색하는 방안을 제시하였고, 디지털 어시스턴트의 젠더 편향으로 강화되는 젠더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젠더에 민감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알고리즘을 설계하거나 프로그래밍해야 한다는 제안을 하였다. 기술 분야의 젠더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여학생들의 이공계 진출을 지원하는 정책과 법제도 시행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으로 역사적으로 뿌리 깊게 지속된 젠더 불평등이 해결되기란 쉽지 않았다. 특히 인공지능의 젠더 편향을 해결하는 기존의 방안은 다소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데, 여성 목소리를 기본값으로 하지 않기 위해 남성 옵션을 추가했지만, 성별 이분법적 고정관념을 드러내거나 성 정체성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못한 점이 있다. 남성 중심의 기술회사에서 젠더 중립적인 디지털 어시스턴트의 개발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며, 젠더에 민감한 데이터와 알고리즘도 이를 설계하거나 감사하는 주체가 중요한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한계를 지닌다. 기술 분야의 여성 참여 정책과 법제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인공지능 기술 분야에서 여성의 과소 대표성이 심각한 것도 문제이다.
따라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효과적인 인공지능의 젠더 편향 해소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젠더 권력의 사회적, 정치적 맥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남성의 관점과 경험이 보편적인 남성 중심 사회에서는 인공지능 젠더 편향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할 수 있다. 인공지능 젠더 편향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인공지능 젠더 편향에 대한 교육과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인공지능의 젠더 편향을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법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젠더에 민감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알고리즘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젠더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법적 지원 기구가 필요하며, 이는 기술 분야의 적극적 평등실현조치를 통해 기술-젠더 융합 전문가의 양성을 바탕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