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은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지 않다”는 판결문의 양형 이유에서 피고인의 ‘진지한 반성’은 그저 도덕적 요청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면 엄밀한 법적 포섭 과정을 거치는 법적 판단이어야 하는가? 이 글은 반성에 관한 양형 판단과 양형 변론 역시 법적 논증이며, 양형을 위한 재판 절차에도 법적 규범성이 가리키는정답은 있다는 입장을 취하되, 기존의 응보주의적 관점에서 구성되어온 양형의 법원리가 해결할 수 없는 현상을 드러내어 보이고, 반성을 응보 없는 응분의 관점에서 재구성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현행 형법과 양형기준에서 명시하고 있는 ‘반성’과 ‘뉘우침’이라는 형 감경 요건이 충족되기 위하여 어떤 법적 사실이 있어야 하는지에 관한 법도그마틱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음에 주목한다. 현재 반성(혹은 뉘우침)은 행위 요소가 아닌 감정적 요소로 해석되기 쉽다는 점을 지적하고, 법정에서 그러한 감정을 의도적으로 표출하도록 하는 실무 관행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의사소통행위로서의 반성 개념에 관하여 감정설, 인지설, 인격평가설, 전략적 행위설, 의사소통행위설, 인격평가설 등을 제시하여 도그마틱을 새롭게 정립하고자 하였다.
머지않은 미래에 응보적 정의관은 물론, 국가권력에 의한 처벌이 더 이상 정당화되지 못함이 드러나고, 형법이 사라지게 되면, 반성은 원래의 자리인 생활세계와 도덕적 내면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응보적 정의관이 지배하며 피해자의 당사자성이 온전히 인정되지 않는 현행 형법 체계에서는 반성에 관한 법도그마틱의 정립이 필요하다. 반성은 국가권력을 향하여 말로서 화행되거나 감정으로 표출될 것이 아니라, 혹은 반성할 줄 아는 성품을 내보이는 것이 아니라, 미래지향적 책임 개념에 따라 피해를 확인·회복하고, 자신의 잘못과 동시에 국가가 제공하는 교정·재활·복지 정책을 확인하는 공동체, 피해자, 그리고 피고인 사이의 의사소통과 행위조정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반성 개념을 이와 같이 합리적 의사소통행위로 정립한다면, 이른바 ‘진지한 반성’ 또는 ‘뉘우침’은 독립된 양형 요소 및 기준으로서는 삭제되어야 하며, ① 피해자와의 합의 노력 또는 피해자가 밝힌 처벌불원의사에 이미 내포된 사항으로 다루어지거나, ② 무지로부터 탈피하여 법 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있는 역량을 키우겠다는 교육받을 의무 부담행위, 또는 법을 준수할 수 있는 자기 통제력의 역량을 키우겠다는 치료받을 의무 부담행위의 전제나 하위항목으로 재배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진정으로 반성하는 인간은 피해자의 용서를 받기 위해 노력하거나 재범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그 반대 경우의 인간도 같은 이치에 따라 행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