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여행의 경험은 왕도(王韜)를 19세기 말 상해를 대표하는 지식인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주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왕도는 1867년 말~1870년까지 영국에 체류했다. 이는 특정한 관점을 가지고 있고, 새로운 여행지에서 자신의 세계관을 조정할 줄 알며, 그것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개인 자격의 중국 문인으로서는 최초이며 가장 오래 체류한 것이다. 본문에서는 19세기 중국의 다른 여행기와 차별되는 《만유수록》의 성격을 유통, 기대독자, 서술의 시간성의 관점에서 간략히 규정한 뒤, 글만 보고 직접 경험하지 않은 장소를 재현해야 했던 《만유수록》 삽도의 특징을 분석한다. 《만유수록》의 글과 그림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익숙한 관습에 기대어 새로운 정보가 수용가능한 경험으로 작동하게 하고 있다. 경험하지 않은 장소의 재현에서 가장 우선시한 것은 사실에 근거한 묘사가 아니라 독자에게 여행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 경험의 제공을 위해 기댄 것은 사실성과 현장성의 목표가 아니라 익숙한 관습을 활용한 수용 가능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