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건축가의 철학적 사유가 구체적 물상으로 드러난 것이 건축이라는 관점에서 조선 중기 유학자이자 『주역』에 매우 조예가 깊었던 택당 이식(澤堂 李植, 1584〜1647년)이 『주역』 점괘의 상징체계를 어떻게 건축으로 구체화하였는지에 대해 그가 건립한 택풍당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 것이다. 이식의 문집인 『택당선생문집』을 통해 그 당시의 시대상과 개인사, 택풍당의 건립 과정 등을 살펴보고, 택풍당 현장조사와 고증을 통해 이식이 건립한 택풍당의 원형을 추정해 보았다. 이를 바탕으로 이식의 점괘인 ‘택풍대과괘(澤風大過卦)’의 상징체계와 철학적 개념에 근거하여 택풍당에 내재된 건축원리와 건축표현을 『주역』의 관점에서 도출해 보았다. 연구 결과 택당 이식은 택풍대과괘의 말씀(辭)에서 은둔의 결심과 은둔처를 결정하였으며, 삶의 자세로 삼았다. 또한 대과괘의 괘체의 성질(本末弱也. 剛過而中)에 내재된 시·공간적인 개념을 건축공간으로 구현하였으며, ‘연못에 잠긴 나무’와 ‘흔들리는 기둥’으로 상징되는 괘상은 변통의 관점에서 연못에 잠겨있지 않은 버드나무와 거듭된 4개의 기둥, 보조기둥(輔), 화계에 심어 놓은 회양목 등으로 ‘흔들리지 않는(汝固)’ 형(形)으로서의 건축으로 구체화하였다. 이와 더불어 벽체와 창호, 공간계획을 통해 팔괘의 생성원리와 오행의 상생원리를 담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이 이식은 『주역』의 괘상과 그 변화, 그에 따른 괘효사의 의미를 점(占)을 통해 자기 생애에 철저히 활용하였으며, 『주역』의 사변상점(辭變象占)에 대한 이식의 사상과 활용을 택풍당에 고스란히 담았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