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에서 20세기 남중국해를 오간 대표적 화교화인 방언집단인 광둥성 차오샨(潮汕) 지역은 9개의 현(縣)과 샨터우시(汕頭市)로 구성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에 정착한 차오샨 화교화인 사회와 그들의 교향 지역은 세계적 격변기에서 계속해서 교류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본 연구는 이념적 갈등과 내셔널리즘 열풍이 동시에 몰아닥친 냉전기 그들의 정체성 형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특히 1947년에서 1962년까지 냉전기에 집중적으로 간행된 교간(僑刊)인 『차오저우향신(潮洲鄕訊)』은 냉전기 그들의 교류양상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었는지를 잘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본 연구에서는 이를 중점적으로 소개 및 분석한다.
본 연구에서 다루는 『차오저우향신』은 사료적 가치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기존 광둥성 타이샨(台山)에서 발행된 교간들을 중심으로 진행된 연구 경향에서 벗어나 다른 방언 집단의 교간을 연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두 번째, 기존 교간 관련 연구가 다루지 않는 냉전기에 집중할 수 있다. 『차오저우향신』이 냉전기(1947-1962)에만 발간되었다는 특징 때문이다. 세 번째, 다른 교간들과는 달리 『차오저우향신』은 냉전과 함께 교향과의 연계를 강화하고자 한 싱가포르의 차오저우 출신 화교화인 인사들이 합심하여 싱가포르에서 제작, 발간하여 배포한 교간이다.
본 연구는 그 시작점으로서 『차오저우향신』의 개요와 전체적 구조 및 주요 내용을 개략적으로 살펴보고, 총 273 권호의 개별 표지 사진 및 그림을 분석하여 냉전기 동남아시아 화교화인과 교향 지역사회 사이의 연계가 어떠한 방식으로 유지되었는지, 혹은 적응 및 변화하였는지를 살펴본다. 결과적으로 『차오저우향신』의 구조 및 형식, 표지 이미지가 함의하고 있는 차오샨 화교화인 및 교향 지역사회의 특징은 제국에서 국민국가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아시아적 냉전 구도 속에서 방언 집단으로서의 지역 정체성을 유지함으로써 생존을 추구하였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