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에서는 그동안 국어학적으로 연구가 되지 않은 세책본 「諺文厚生錄」을 가정생활 백과서로 분류할 수 있는 근거를 살피고, 이 책의 표기와 어휘에 나타난 특징을 통해 필사 시기를 추정하고자 하였다.
「諺文厚生錄」은 한글과 한문을 혼용하여 필사되었으며, 책의 필사 시기와 필사자에 대한 정보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책에 나타난 표기 양상의 특징들을 통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쓰여진 작품으로 추정해볼 수 있으며, 또한 이 책이 세책본이라는 점과 필사 과정에서 한자 사용에 오류가 많은 점을 미루어 본다면 개인이 소장을 목적으로 필사한 책이 아닌, 세책점에서 대여를 목적으로 필사 담당자에 의해 필사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안춘근의 소장 자료였으나, 현재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소장되어 있으며, 이 자료에서 확인되는 특징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형태적인 특징으로 이 책은 총 41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3장까지는 이 책의 제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소설책의 목록을 기록하고 있고, 4장부터 41장까지는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내용들이 대략 103종의 제목과 그에 대한 설명으로 실려있다. 책의 주된 내용은 의식주와 관련된 내용으로 조리법에 관한 내용도 있지만, 이 부분은 비교적 간단히 설명하고 있으며 혼례와 이사 방위 보는 법에 대해서는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그 성격상 조리서로 분류하기는 보다는 가정생활 백과서 정도로 분류할 수 있겠다.
다음으로 표기법에 나타난 특징으로는 근대국어 시기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양상인 연철, 중철, 분철의 혼란된 표기가 이 책에서도 확인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과도한 교정에 따른 과잉 분철 표기와 과잉 중철 표기가 나타나고 있다. 그 외 합용병서는 대부분 ‘ㅅ계’만 나타나고, 목적격 조사는 ‘-을’로만 사용되며, 처격 조사는 대부분 ‘-의’로만 사용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어휘적 특징은 먼저 ‘소입(所入)’과 ‘소용(所用)’이라는 어휘의 빈번한 사용을 들 수 있다. 그리고 고유어를 한자로 표기하기 위해 한자의 음을 빌려 표기하고 있다는 점과 다양한 단위 명사의 사용을 특징으로 지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