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평양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들어있는 『평양 창건 1530주년 기념』 엽서 세트를 비롯해 우표, 잡지 화보, 미술가들이 그린 그림을 통해 전후복구시기 ‘평양’이 시각이미지에 어떻게 재현되었고, ‘평양’을 통해서 무엇을 표상하려 했는지 살펴본 것이다.
6·25전쟁으로 서울을 수도로 상정할 수 없게 된 북한 정권은 고구려가 평양으로 수도를 천도한 지 1530년이 되는 1957년, 평양시 창건 1530주년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했다. 이를 통해 평양에 수도를 정한 북한 정권의 정당성과 역사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 것이다. 그 일환으로 제작된 『평양 창건 1530주년 기념』 엽서 세트는 평양성에 세운 건축물을 통해 역사도시의 면모를 보여주는 한편, 사회주의 국가의 원조로 잘 정비된 도시 이미지를 담아 재건에 성공한 평양을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해외로 유통되는 엽서나 우표에는 재건에 성공한 역시 도시의 모습을 담은 것과 달리 화가들이 그린 그림에는 파괴된 도시를 복구하는 건설 현장과 노동자들의 모습이 주로 형상화되었다. 또한 잡지 표지에는 휴식과 노동이 공존하는 낙원을 청사진으로 제시하며 노력 영웅을 오버랩시켜 근로자들을 고무시키고, 당의 정책을 선전했다. 남북한의 실상을 비교하는 데 포토몽타주 기법은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평양을 다룬 시각이미지들은 이처럼 매체와 제작 시기, 이미지의 유통 경로와 관람 대상에 따라 제작방식과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