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아리와라노 나리히라(在原業平)의 대표작 「ちはやぶる神代も聞かず竜田河からくれなゐに水くくるとは」를 기존의 해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해 보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나리히라의 노래 속에 등장하는 마쿠라코토바(枕詞) 「ちはやぶる」의 의미를 정밀히 조사하고 그 안에는 야마토(大和)의 신들이 나타난 시대 이전, 머나먼 태고의 신들의 세계가 근저에 있으며 이는 나리히라 노래의 뒤에 이어지는 「からくれなゐ」와 함께 인간의 지식을 뛰어넘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노래에 부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 「ちはやぶる」에 이어지는 우지강(宇治川)의 이미지 역시 이런 영향으로 위험하고 역동적인 힘을 내포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나리히라의 노래 속 「다쓰타강(龍田川)」「水くくる」와의 관련성이 재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기존 「水くくる」에 대한 주류적 해석으로 다쓰타의 강이 단풍색으로 염색되었다는 뜻으로 일치하고 있지만, 이전에는 다쓰타 강이 단풍 위를 흘러가는 풍경으로 이해하는 두 가지로 해석이 있었다. 그리고 「水括る」, 즉 「括り染め」로 이해된 것의 기원이 가모노마부치(賀茂真淵)에 의해 에도시대에 새롭게 제기된 해석이며, 나리히라와 가까운 시대를 살았던 겐쇼(顕昭)와 데이카(定家), 그리고 이 나리히라의 영향을 받은 혼카도리(本歌取り) 노래들 속에서 여전히 다쓰타 강의 물결이 단풍 위를 지난다는 「潜る」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었음을 확인했다. 이에 현재 염색의 의미로 해석하는 「括り染め」의 시각에 의문을 제시하고 「水くくる」의 해석이 마쿠라코토바 「ちはやぶる」의 의미와 함께 재고되여야 할 여지가 있다는 것을 논증했다.
마지막으로 나리히라 노래 속 「神代も聞かず」의 의미를 새로운 시점에서 해석하고 이와 더불어, 나리히라가 읊은 다른 노래들의 분석을 통해 나리히라의 노래들 속에는 신들의 세상과 현세, 태고와 현재, 꿈과 현실 등, 두 가지 세계를 함께 살아가려고 하는 경계인으로서의 자세를 발견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이는 일본문화, 일본어 속 시간과 공간감각의 형성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