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석굴암 주실을 원형당 형식으로 조성한 배경에는 7-8세기 동아시아에서 어느 때보다도 컸던 인도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가정 하에 석굴암 원형당에 나타난 인도적 요소를 논하였다. 우선 필자는 석굴암 주실의 외래적 요소에 대한 기존 논의를 검토하고, 인도에는 고대부터 원형 평면이 주요 건축 형식에 지속적으로 채용되어 온 전통이 있음에 주목하여 석굴암 주실의 원형 평면이 이와 관련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이어 필자는 석굴암 본존과 보드가야(Bodhgaya) 성도상(成道像)의 밀접한 연관성에 주목하여 실제 붓다를 만난 것과 같은 경험을 주는 성도상과 궤를 같이하는 개념으로 실제 붓다가 머무르는 공간이라고 여겨진 간다쿠티(gandhakuṭī)에 대해 살펴보았다. 또한 필자는 보다가야 성도상이 안치된 불당(佛堂)을 포함하여 4세기 이래 인도 각지의 사원 유적에서 발견된 간다쿠티라는 명칭과 관련 명문이 의미하는 붓다에 대한 인식을 검토하였다. 동아시아 불교계에서 간다쿠티 또는 향전(香殿)을 비롯한 인도 사원 건축에 대해 가졌던 관심에 대해서는 의정(義淨, 635-713)의 글이 주목된다. 필자는 향전의 형태에 대해서는 의정의 기록에 등장하는 불상을 안치한 솔도파(窣堵波)에 대한 내용을 고찰하는 한편 현장(玄奘, 602-664)과는 달리 법현(法顯, 337?-420), 왕현책(王玄策), 혜초(慧超, 700 또는 704-780) 등이 보드가야 성도처를 비롯한 붓다와 관련된 주요 성지에 있던 핵심 건물을 탑(塔)으로 칭한 점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이러한 점을 근거로 필자는 석굴암 주실이 원형으로 설계된 이유는 인도의 탑, 즉 복발형 스투파가 영감을 주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