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이탈리아에서 한국학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학자들이 한국의 시조를 번역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되었다. 시조는 정형시이기 때문에 내용뿐만 아니라 고유한 형식을 잘 살려서 번역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시조의 형식 미학에 대해 탐구하고, 영어 번역에서 시조의 형식을 주의 깊게 표현한 사례들을 검토하였다. 그리고 직접 시도한 이탈리아어 번역 시조 세 편을 소개하였다.
이 논문은 시조의 중장과 종장 사이에 존재하는 의미상의 ‘여백’이 시조에 긴장감을 부여하고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함으로써 시조의 형식을 완성한다는 점에 대해 고찰하였다. 특히 잘 선택된 종장 첫 마디의 어휘가 한 편의 시조에서 얼마나 강력한 역할을 하는지 여러 작품들을 통해서 확인하였다. 표현하지 않으면서 표현하는 것이 ‘여백’의 미학이라고 할 때, 이 부분은 그러한 ‘여백’을 함축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구절이 된다.
그러므로 시조를 다른 언어로 번역할 때, 시조 종장의 첫 마디가 시각적으로 부각되도록 번역하는 방식을 탐색해볼 것을 제안한다. 주목할 만한 사례로 오록(K. O'Rourke)의 5행 번역 방식이 있다. 시적 종결의 표지로 이 부분에 대한 강조가 적절히 표현되지 않으면 번역된 시조가 시적 긴장을 잃고 짧은 산문으로 퇴색될 수 있다. 이 논문이 시조를 이탈리아어로 또 다른 언어로 아름답게 번역하는 데 영감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