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시조 장르가 사설시조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양식적 특질의 발견을 목표로 진행되었다.
이를 위해 『청구영언』에서 첫 단초를 보인 시조 향유의 커다란 변화, 곧 사설시조가 시조에 들어오게 된 사건을 살폈다. 사설시조는 도시의 다양한 계층이 부르던 도시가요인 만횡청류를 시조화한 것이었다. 구체적으로는 ‘도시가요의 선율’은 버리고, ‘도시가요의 가사’만을 받아들여 사설시조로 삼는 일이었다. 이런 변화는 가사의 수정도 없이 전격적으로 일어났다. 시조 향유 전통에서 일어난 이 같은 변화로 인해, 시조 향유층은 자신을 벗어나 다른 계층의 경험 세계를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세계를 보는 자신들의 눈을 확장시킨 놀라운 일이 사설시조에서 일어났다.
이런 놀라운 변화는 시조 장르가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양식적 특질에서 비롯된다. 시조 연행 관습에는 정형 안에서 다양한 개성을 표현하는 변주 양식이 있었다. 이는 시조집을 통해서 입증되는 오랜 시조 향유 방식이었다. 시조의 즐김은 정형성의 틀 안에서 ‘선율과 가사’를 가지고 ‘다양하게 즐기는’ 일이었다. 이는 의미의 창출이기도 하다. 사설시조의 등장은 변주를 허락하는 시조 향유 전통 안에서 가능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