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풀러의 법의 내적 도덕성에 대한 논의를 형식주의나 절차를 중시하는 이론으로 이해하고 이에 기초하여 그를 일련의 법의 지배의 이상이나 법치국가원리의 신봉자로 취급하는 것은, 그의 논의에 대한 정합적 이해를 방해한다. 이 글에서는 풀러의 주장을 법실증주의를 극복하는 의미에서의 자연법 이론으로 이해하고자 시도하는데 있어 극복해야 할 난점들이 있음을 설명하고, 나아가 그가 유명한 8개의 목록들을 제안하는 이유를 형식주의나 기능주의적 법이해에서 찾고 있는 광범위한 대중적 오해의 원인을 분석한다. 이로부터, 풀러의 법이론은 형식주의나 기능주의, 또는 절차주의적 신념이 아닌, 자기주도적인 시민들을 중심적 행위자로 가정하고 있는 상호작용적 법의 이해, 즉 유노믹스(eunomics)의 기획으로부터 정당화되고 발견되고 있다는 점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