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무장애 공연에서 자막과 수어, 음성해설은 모두 메타적 텍스트라는 점에서 일정한 소격효과를 발휘한다. 반면, 무장애 음악극을 표방한 〈합 체〉(2022)는 수어와 음성해설을 공연의 일부로 극화(劇化, Dramatization)하여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서사정보를 시각화하는 수어 통역은 이중연기를 통해, 서사정보를 청각화하는 음성해설은 해설자의 인격화를 통해 극화된다. 이중연기는 비장애인 뮤지컬 배우와 함께 무대에 오른 수어 통역 배우가 실시간 통역은 물론 안무와 연기를 공유하며 공감각적 전이를 경험하게 한다. 2인 1역의 일체감은 등장인물에 대한 전형화된 이미지나 핵심 정보를 집약하는 상징기호를 통해 구현된다. 한편, 음성해설은 라디오 DJ로 인격화된 해설자가 무대공간과 사건 및 등장인물의 몸짓과 심리를 전지적 시점에서 전달하는 방식으로 극화된다. 원작소설과 음악극의 상호매체성은 음성해설에 내재된 텍스트성과 매체성의 경합을 통해 시각정보로 온전히 환원되지 않는 고유한 미적 체험을 제공한다. 〈합 체〉는 서사정보의 극화를 통해 장애인의 문화 향유권이라는 기능적 층위 너머 극예술적 표현의 지평을 넓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