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카프의 기관지 『예술운동』 창간호에 수록된 송영의 〈모기가 없어지는 까닭〉(1927.11.)을 다시 읽음으로써 제1차 방향전환 당시 카프의 이론적 노선과 그것이 송영의 희곡에서 구현되는 방식을 규명한 연구이다.
〈모기가 없어지는 까닭〉은 그동안 습작기의 작품, 동화극이라는 이유로 송영의 초기 희곡 중에서도 특히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1920년대 식민지 조선의 크로포트킨 수용맥락, 1927년 카프 내부에서 벌어진 볼셰비즘과 아나키즘 논쟁, ML계 제3전선파의 이론적 노선, 카프의 조직운동과 레닌의 조직론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며 읽을 때, 작품이 지닌 온전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작품은 1920년대 초기 사회주의자들이 열광했던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론을 아나키즘과 조합주의 배제라는 카프 지도부의 관점에서 어떻게 수정해나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또한 후쿠모토를 경유한 레닌의 조직론이 송영의 초기 희곡에서 구현되는 방식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그 과정에서 오스기 사카에와 야마카와 히토시의 크로포트킨 번역과 후쿠모토 가즈오에 의한 레닌의 번역이 1920년대 식민지 조선의 사회주의운동과 카프의 조직운동에 끼친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송영의 〈모기가 없어지는 까닭〉은 1920년대 사회주의 이론의 수용사적 측면과 사회주의 인식론의 변화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작품으로 재평가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