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유권자의 투표방식에 대한 투표신임(voter confidence)의 차이와 그 요인을 20대 대선의 패널설문자료를 통해 분석한다. ‘유권자가 투표한 그대로 선거 결과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는 전 세계적 현상이며, 선거관리의 역량과 편향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투표신임은 2000년 미국 대선의 혼선 이후, ‘투개표 과정의 선거의 온전함(integrity)’에 대한 유권자의 신뢰를 측정하기 위해 새롭게 도입된 개념으로, 국내의 문헌에서는 그다지 다뤄진 적이 없다. 기존의 문헌은 유권자의 투표신임의 하락요인으로 선거 결과에 대한 불만의 전이, 새롭게 도입된 투표방식에 대한 생경함과 불신, 정치엘리트의 선동 등을 제시한다. 한국의 선거에서도 21대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비롯한 정치엘리트로부터 ‘사전투표 조작’ 의혹이 제기되었고, 보수 유권자 일부에 이러한 주장이 팽배하기도 했다.
본 연구는 유권자의 지지정당, 지지후보, 이념 등의 요인이 사전투표와 당일투표에 대한 신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분석 결과 보수적 성향의 응답자들에서 선거 당일투표와 사전투표에 대해 신임을 달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정당·보수후보 지지자는 물론, 보수적 이념 성향의 응답자는 사전투표에 대해 상대적으로 낮은 신임을 보였다. 반면 응답자의 정치지식 수준과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을수록 투표의 방식에 관계없이 투표신임이 높아지는 결과도 나타난다. 다만, 이러한 정치지식과 정치관심 요인은 유권자 개인이 갖고 있는 당일투표와 사전투표의 신임의 간극을 메우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결과만으로는 보수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에 대해 낮은 신임을 보이는 이유가 정치엘리트의 선동에 의한 것인지, 단순한 제도에 대한 부정적 평가인지를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유권자의 상당수가 당일투표와 사전투표에 대해 다른 신뢰를 보이고 있음은 분명하다. 만약, 이러한 유권자의 투표방식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일부일지라도 당일투표를 사전투표보다 선호하는 태도로 나타난다면, 향후 보다 깊은 논의가 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