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남편 또는 아내가 편지의 형태로 지은 가사를 ‘상장가류(上狀歌類) 가사’로 명명하고 이들 작품에 나타난 전통 혼속의 특징과 부부 간 의사소통의 의미를 살펴보는 데 목적을 두었다. 전통시대에 부부 간의 은밀한 감정 표현이 쉽지 않았던 점을 생각할 때 상장가류 가사는 남편과 아내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로서 중요하다고 하겠다. 논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우선 상장가류 가사에는 전통적으로 관행되던 ‘서류부가혼(壻留婦家婚)’의 특징이 발견된다. 신부집에서 혼례를 치르고 우귀(于歸) 전에 신랑은 처가에서 지내는데 우귀가 늦게 이뤄질 경우 신랑은 본가와 처가를 오고 갔고 부부가 떨어져 지내는 시기에 편지 형태로 가사를 주고받은 것이 바로 상장가류 가사이다. 남편의 재행(再行), 삼행(三行)을 고대하는 모습이 여러 작품에서 포착되고 독수공방하는 아내를 위로하는 남편의 답장도 확인된다. 우귀 전에 신부집에서 종종 신랑집에 옷이나 음식 등을 보내던 풍습이나 혼례 첫날밤의 풍습 등도 작품을 통해 확인된다.
상장가류 가사는 서로의 안부를 전하는 실용적인 목적뿐만 아니라 부부 간의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는 창구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움, 원망, 불안감, 걱정, 염려, 애증, 억울함 등의 여러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고 상대방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너와 나의 마음이 다르지 않음을 확인시켜 줌으로써 부부의 신뢰를 높이고 진심이 통하도록 노력하는 면모도 확인된다. 그런 의미에서 상장가류 가사는 서로의 속내를 드러내고 이해하고 포용하면서 한층 성숙한 부부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의미부여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