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악장(樂章) 연구가 진행되어 온 그간의 내력을 살핀 후 앞으로의 논의에서 좀 더 유념해 볼 필요가 있는 사항들을 몇 가지 제시하였다.
1990년대까지의 악장 연구에서는 크게 두 가지 경향이 발견된다. 하나는 악장 갈래 자체보다는 조선초기 시가사의 흐름 속에서 악장이 차지하는 위상을 진단하고자 했던 경향이다. 조선초기 전후의 시가사를 이어주는 역할을 악장이 감당했을 여지를 타진하는 한편, 시조와 가사 갈래의 성립에도 악장이 일정한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탐문하였다. 반면, 1980년대에 이르러 악장의 성격과 존재 양상을 보다 독립적이고 분석적으로 살핀 성과가 제출되기 시작하였다. 악장의 제작과 향유가 아송이라는 동아시아 보편의 문학적 전통 속에서 배태된 현상이라는 관점이 이들 논의의 바탕을 이룬다. 또한 문면에 드러나는 아유의 면모뿐만 아니라 이면에 개재된 규계의 지향 역시 악장의 중요한 요건이라는 점이 강조되기도 하였다.
2000년대 이후에는 1990년대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하되 여기에 새로운 안목과 방법론을 적용한 논저가 다수 발표되었다. 먼저 개별 악장 작품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었다. 그간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선초 악장 작품의 제작 배경과 지향이 깊이 있게 검토되었으며 악장의 제작자에 대한 연구도 축적되었다. 다음으로 악장 연구의 시각을 확대한 시도가 두드러졌다. 문헌에 대한 탐구를 면밀히 진행한 성과, 악장 연구를 고려와 조선후기로 확장시킨 성과, 여타 갈래와 악장의 연관성을 탐색한 성과 등이 이 부류에 해당된다. 또한 악장에 관련된 종합적 연구서들이 출간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악장의 개념 및 요건, 존재 양식, 작품 창작의 목적과 활용 양상, 악장에 대한 당대인들의 인식 등에 이르기까지 다각적 측면에서 악장 연구를 총괄한 저술이 근래에 출간되었다.
앞으로의 연구에서는 다음의 네 가지 사항에 특히 유념해야 하리라 생각한다. 첫째로 한문악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선초 악장이 어떤 의도와 세계관 속에서 제작되었는지 면밀하게 밝히기 위해서는 국문 및 현토악장 이외에 주요 한문악장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로 정치사적․사상사적 맥락에 대한 탐색이 진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맥락에 대한 이해가 확보되어야만 악장이란 누가 언제 짓든 대개 유사한 지향을 띠기 마련이라는 오랜 편견을 극복할 수 있다. 셋째로 시대적 전개와 변모 과정에 유의해야 한다. 악장은 대개 고정적으로 전승되어 왔으나, 시대와 정치적 상황, 문화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악장을 짓는 방식과 기존 악장에 대한 평가 역시 달라지고는 하였다는 사실이 간과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끝으로 연행 양상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이다. 텍스트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작품의 분단과 구성에 관한 단서를 연행상의 특징을 통해 발견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