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뮤지컬 신(scene)은 2001년 라이선스 버전 〈오페라의 유령〉 이후를 산업화가 시작되는 공식적인 역사로 놓고 그 이전의 역사, 특히 해적판 시대의 뮤지컬은 ‘본격적인 뮤지컬 역사’와 다소 무관하다고 판단하는 경향을 보인다. 본 논문은 초창기 뮤지컬 역사에 관한 연구 성과와 실제 뮤지컬 신의 인식론 사이에 차이가 있음을 직시하고, 마커스 레디커가 『대서양의 무법자』에서 보여주었던 해적/노예들의 전복적, 균열적 상상력을 활용하여 해적판 시대 뮤지컬을 섬세하게 역사화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1980년 2월에 초연된 현대극장의 해적판 〈수퍼스타 예수 그리스도〉가 오리지널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어떻게 흡수, 충돌, 융합, 굴절, 변용했는지 살핀다.
오리지널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록 오페라’ 양식으로 개발되었던 공연으로서 1969년 『슈퍼스타』라는 싱글 앨범으로 첫 선을 보인 이후 1970년 록 음악을 사용한 콘셉트 앨범으로 전체가 제작되었다. 당시 콘셉트 앨범은 영역을 확장하던 록 음악을 활용하여 모든 음악을 하나의 테마 안에서 통일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는데,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콘셉트 앨범 역시 마찬가지였다. 앨범은 ‘록 오페라’라는 개념 안에서 테마를 더 심화시켜 명확한 드라마에 따라 음악이 구성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고, 이 1970년의 콘셉트 앨범과 1971년의 록 오페라 초연 사이에 수많은 미국의 해적판들이 다양한 음악극과 콘서트 형식으로 쏟아지게 되었다.
그러므로 한국의 해적판 공연들, 즉 1973년 한국에서 처음 공연되었던 육완순의 무용극 〈수퍼스타 예수 그리스도〉와 1980년 현대극장 뮤지컬 버전은 한국에서만 벌어진 현상이 아니라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잠재적 흥행력을 보여주던 미국 공연계의 상황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것이라 상정할 수 있다. 한편 현대극장의 〈수퍼스타 예수 그리스도〉는 당시 한국 언론들이 담론화했던 ‘록 오페라’에 대한 전복적이고 진보적인 개념에서 다소 비껴나, 기독교의 신앙고백 차원이 강화된 진지한 연극 예술의 양상을 더했다. 또한 음악의 측면에서는 정성조 밴드 특유의 관악기 편곡이 두드러지고 이지리스닝과 포크의 중간지대에 머물렀던 1970년대적 록 사운드를 보여주면서 당시 대중들의 공감을 폭넓게 살 수 있었다. 따라서 1980년 현대극장의 〈수퍼스타 예수 그리스도〉는 규격화된 법적 규제 밖에서 당대 한국 공연계의 역량 및 정체성과 결합되었던 흥미로운 뮤지컬 ‘텍스트’였다고 이야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