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의 시작과 함께 발발한 코로나 바이러스19 팬데믹이라는 재난은 인류세적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한층 심화시켰다. 포스트휴머니즘은 인간 중심의 사유와 감각으로부터 탈피하여 자연, 생명, 사물 등 비인간 타자들과의 대안적인 관계맺기를 모색하기 위한 이론적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는 중이다. 2020년 이후의 한국희곡은 포스트휴머니즘의 의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가운데 인간과 비인간 사이에 가로놓인 신체의 경계를 횡단하는 포스트바디(post-body)의 형상을 조형하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신효진의 희곡 〈머핀과 치와와〉(2021)와 김연재의 희곡 〈상형문자무늬 모자를 쓴 머리들〉(2021)에 나타난 동물-되기의 양상과 함께 포스트휴먼 극작술의 원리를 분석한다.
신효진의 〈머핀과 치와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에 속하는 희곡으로, 모든 동물이 멸종하고 인류가 초인공지능의 생명관리체제에 의존하여 연명하고 있는 암울한 세계를 그린다. 사회는 해체되었으며 인류는 자율적으로 종(種)의 미래를 모색할 수 없는 ‘서사적 종말’의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주인공은 인간-동물종이 결합된 신화적 형상과 태초의 이야기들에 대한 끌림을 경유하여 신체변형을 경험하게 된다. 〈머핀과 치와와〉는 주인공이 원래 인간이 아니었던 존재로 자기 자신을 인식하게 되는 순간을 통해 미결정성의 지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포스트바디의 형상을 보여주고 있다.
김연재의 〈상형문자무늬 모자를 쓴 머리들〉은 주관적인 경험의 문제와 소통의 결렬이라는 실존적인 위기에 주목한다. 이 작품은 인간을 자기 자신의 일부를 잃어버린 근원적인 실종 상태에 놓여 있는 존재로 바라보며, 각각의 인물이 멀리 흩어져 있는 자신의 파편을 찾아 리좀적으로 얽힌 하수도의 세계로 이주하는 양상을 그려낸다. 하수도는 그러한 인간들과 ‘이망증’을 앓는 동물들이 조우하는 통로 공간으로 기능한다. 나아가 이 작품은 인간이 새로 변하는 동물-되기를 반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인간과 비인간의 신체적 경계를 쓰고 지우는 수행적인 효과를 산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