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제도의 정착과 활성화에 따라 헌법재판기관이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목적으로 일반적인 권력작용에 대해 통제하고 더불어 고도의 정치적 사안에 대하여 관여하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만연해지고 있다. 정치의 사법화 현상은 헌법적 가치를 실제 정치에 반영하여 바람직한 헌정질서 수립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만, 헌법적 사안에 대한 종국적 판단 권한이 헌법재판기관(사법부)에 부여된 제도적 상황에서는 헌법해석을 사법부만의 전유물로 만들고 다른 헌정기관 및 시민들을 헌법적 논의에서 배제할 수도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고도의 정치적 결정을 넘어 일상적 정책결정 전반에 헌법재판이 가능한 경우에 사법우월주의를 바탕으로 한 사법통치의 출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정치의 사법화의 역기능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 모색이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다. 헌법재판을 담당하는 사법기관이 민주적 책임에 통감하며 합리적이고 정합적인 헌법해석에 매진하면 이러한 문제 상황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은 충분히 타당하지만, 사법우월주의의 출현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 없이는 공허한 낙관론에 불과할 수도 있다. 사법우월주의의 출현을 막기 위해서는 헌법해석과 관련하여 우월한 지위를 누리는 사법부(헌법재판기관)를 견제하여 힘(헌법해석권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헌법해석에서 권력기관들이 동등한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기관동등주의의 이러한 이상을 구체화·실정화하여, 다른 헌정기관, 특히 입법부에 의해서도 헌법해석이 가능하도록 하고 그것이 실질적으로 의미를 갖도록 하기 위해 헌법재판기관에 의해 이루어진 해석을 불수용하고 이에 대해 반론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입법부에 부여하는 방법이 헌법적 대화 이론이라는 이름으로 제안되어 왔다. 헌법해석에서 입법부에 의한 사법부 견제를 대화와 소통이라는 긍정적인 개념으로 포장하는 헌법적 대화 이론은 실제 캐나다 헌정제도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정치의 사법화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실질적 헌정적 대안으로서 일고의 가치가 있다. 물론 헌법적 대화 이론은 헌법해석을 잠정화하고 불안정하게 하며 해석에 대한 책임을 불분명하게 하여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하지만 견제받지 않는 권력기관이 재량을 남용할 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이보다 상당할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헌정기관들 사이에 견제와 균형 원리의 적용은 헌법해석과정에서도 당연히 인정될 필요가 있고, 우리의 헌법재판제도에서도 헌법적 대화 이론이 갖는 의의를 충분히 고려하고 계속적인 논의를 수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