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체적, 공동체주의적 특징을 보여준 가톨릭교회는 2차 대전 이후에서야 서유럽 여러 나라를 중심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었다. 크리스찬 민주주의는 프랑스혁명 이후 자유주의를 수용하려 했던 세력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사적 우연 속에서 등장한 ‘교파 정당’을 보수적 관점에서 수용, 인정하면서 출발하였다. ‘공동체주의적 인격주의’ 그리고 ‘질서자유주의’와 ‘사회적 시장경제’라는 다분히 비자유주의적인 세계관 속에서 크리스찬 민주주의가 등장한 것이다. 전후 크리스찬 민주당들은 서유럽 제국에서 자유민주주의 재건과 경제부흥을 주도하였고, 탈냉전 이후 한때 위기에 처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국정을 운영해오고 있다. 공동체적 인격을 바탕으로 한 크리스찬 민주주의는 전세계적으로 그리고 오늘의 자유민주주의의 위기에도 상당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